백낙청 장례위원장 “지금은 애도의 시간, 행적 평가는 그 후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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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前서울시장 영결식
서정협 대행 “그의 꿈 이어갈 것”
“고마웠어요, 가지마세요” 참석자들 추모영상 보며 흐느껴
“성추행 이해 안돼” 항의 시민도

서울시청을 뒤로하고… 1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끝난 뒤 고인의
 영정과 위패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이날 영결식은 유족과 정관계 인사 등 100여 명의 제한된 인원만 참석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서울시청을 뒤로하고… 1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끝난 뒤 고인의 영정과 위패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이날 영결식은 유족과 정관계 인사 등 100여 명의 제한된 인원만 참석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13일 오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차려진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64)의 분향소. 40여 분 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을 마친 운구행렬이 분향소 앞에 머문 뒤 영결식장이 마련된 서울시청으로 향했다. 박 전 시장은 2011년 10월 보궐선거에서 서울시장으로 당선된 뒤 만 8년 9개월을 이곳에서 보냈다.

한 시간 남짓 진행된 영결식은 엄숙했다. 유가족과 정관계 인사,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100여 명의 제한된 인원만 참석했고, 온라인으로 중계됐다. 추모곡 연주와 장례위원장들의 조사, 헌화가 이어졌다.

공동 장례위원장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내가 박원순 당신의 장례위원장 노릇을 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며 “(박 전 시장이 설립한) 참여연대는 시민단체의 모범이 됐고, 서울시 행정에 새로운 기원을 열었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박 전 시장의 죽음을 둘러싼 비판을 의식한 듯한 발언도 했다. “종합적 탐구나 행적에 대한 평가는 애도가 끝난 뒤에나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애도와 추모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박 전 시장은) 한국사회 시민운동의 상징”이라고 회상했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도 “박 시장의 꿈을 흔들림 없이 계승하겠다”고 다짐했다.

박 전 시장의 생전 모습이 담긴 8분 길이의 추모영상이 상영되자 참석자들은 눈물을 훔쳤다. “언제나 저의 답은 시민입니다”라는 박 전 시장의 육성이 흘러나오자 곳곳에서 흐느꼈다.

박 전 시장의 딸 박다인 씨는 유족을 대표해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박 씨는 “서울시장 박원순은 더 이상 없지만 그 자리에 시민 여러분이 계신다”며 “한 명 한 명의 꿈이 존중받고 실현되는 서울시를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시청 앞에는 궂은 날씨에도 박 전 시장의 지지자 200여 명이 모여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시청 정문으로 운구행렬이 모습을 드러내자 시민들은 박 전 시장의 영정을 보며 “고마웠다” “가지 말라”고 오열했다.

일부 시민들은 박 전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 기관장으로 치르는 것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한 시민은 “성추행 혐의로 고소돼 극단적 선택을 했는데 (장례를 서울특별시장으로 지내는 게) 말이 되느냐”고 격분했다. 또 다른 남성은 “나도 지지자지만 (박 전 시장이) 성추행한 것은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가 지지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시청 주변에는 경찰 병력이 배치됐지만 박 전 시장의 지지자와 반대자 사이에 큰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영결식을 마친 박 전 시장의 시신은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 도착해 화장됐다. 화장된 유해는 박 전 시장의 유언에 따라 고향인 경남 창녕군에 묻혔다.

김하경 whatsup@donga.com·박창규 기자
#박원순 시장 사망#영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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