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뛰어들어 죽고싶다” 소방관의 극단선택…법원 “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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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6월 28일 09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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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동안 구급업무를 담당하면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 공황장애를 앓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소방관이 소송 끝에 결국 순직을 인정받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수석부장판사 김국현)는 소방공무원 심모씨(사망 당시 46세)의 아내 이모씨가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낸 순직유족급여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1992년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돼 2001년 화재진압 업무 외 구급업무를 함께 담당하던 심씨는 2015년 4월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내 이씨는 인사혁진처에 순직 신청을 했다.

그러나 인사혁신처는 지난해 1월 “심씨가 이씨에게 경제적 문제를 언급하며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문자메시지를 보낸 게 확인된다”며 “반면 직무와 관련해 직접적 자살계기로 볼 수 있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는다”며 사망과 공무의 인관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순직유족급여 부지급처분을 했다.

이에 이씨는 “남편이 구급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그로 인해 정신질환을 앓다가 악화돼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것”이라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심씨의 순직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심씨는 참혹한 현장들을 목격할 수밖에 없는 구급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그런데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공황장애,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등 정신질환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씨는 잠깐 구급업무에서 벗어나 다른 업무를 맡았으나 6개월 만에 다시 구급업무에 복귀해 충분히 회복될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심씨의 순직 인정에는 동료들의 증언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동료들의 진술에 따르면 심씨는 구급업무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른 소방관들이 기피하는 119 상황실에서 근무하고 싶어했고, 잠시 구급업무에서 벗어났다가 다시 복귀하라는 공문을 받았을 떄 “이건 말도 안된다”며 억울함을 토로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눈물을 흘린 날 이후 심씨는 동료들이 보기에도 심각한 우울에 빠져 말을 걸어도 대답에 힘이 없었고, 동료들에게 “화재가 나면 혼자 불에 뛰어들어 죽고 싶다” “출근길에 운전대를 놓고 싶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심씨가 극심한 스트레스와 정신질환으로 심신의 고통을 받다가 이를 견디지 못하고 정상적 인식능력 등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돼 합리적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 상황에 이르러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공무와 사망 사이 상당한 인과관계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경제적 어려움이 일부 영향을 미쳤을 수는 있으나, 이는 부수적 문제일 뿐만 아니라 이 또한 정신질환의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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