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檢수사’ 인권침해인가 비위인가…추미애 강공의 조건

  • 뉴스1
  • 입력 2020년 6월 19일 13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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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제21대 총선 대비 전국 18개청 지검장 및 59개청 공공수사 담당 부장검사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0.2.10 © News1
윤석열 검찰총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제21대 총선 대비 전국 18개청 지검장 및 59개청 공공수사 담당 부장검사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0.2.10 © News1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수수 사건 관련 진정사건을 둘러싼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힘겨루기가 격화될 양상을 보이고 있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이 고(故) 한만호 한신건영 대표의 동료 수감자였던 최모씨가 제기한 진정사건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면서 ‘조사의 주체’, ‘배당 방식’ 등을 두고 갈등을 빚는 모양새다.

윤 총장과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뒤 정치권과 추 장관이 나서 공세를 퍼붓는 가운데, 대검은 ‘원칙에 따른 것’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갈등 국면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秋 “한 전 총리 사건 인권 문제로 변질”…지휘권 발동 ‘강경 대응’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전날인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대검찰청에서 관련 진정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에 배당한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정조치”를 언급했다.

추 장관은 대검이 해당 진정 사건을 “마치 인권 문제인 것처럼 문제를 변질시켰다”고 밝혔다. 또 “외부 인사에 맡긴 감찰을 ‘무력화’하는 관례”라는 표현도 썼다. 즉 해당 사건은 ‘인권 문제’가 아닌 ‘검사의 비위’ 문제이기 때문에 당연히 외부 인사가 수장으로 있는 대검 감찰부에서 맡아야한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추 장관은 “감찰은 법령 위반, 인권 침해, 제반업무 집행상 일어날 수 있는 부당함이 없도록 하는 내부 견제장치”라며 “이를 지휘권자 스스로 무너뜨리는 건 개혁의 객체가 될 수 있다는 상당한 우려를 드러낸 사안”이라고 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사건 배당 과정도 지적했다. 그는 “재배당 형식을 취해 인권감독관으로 내려보내는 과정 중에 편법과 무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윤 총장이 사건을 인권감독관실에 배당하는 과정에서 원본이 아닌 사본을 넘긴 것을 지적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법무부 관계자는 “(추 장관이) 법사위에서 사본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며 “검사의 비위 관련 문제를 인권, 상대방의 인권 문제로 전환시켜 배당된 것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그날 오후 추 장관은 해당 사건의 중요 참고인이자 한 대표의 동료 수감자로 당시 검찰 수사팀의 위증교사 의혹을 제기한 한모씨에 대해 대검 감찰부가 직접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번 추 장관의 지시는 사실상 지휘·감독권 행사에 해당한다. 검찰청법 제8조는 ‘법무부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05년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이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대해 지휘권을 행사한 이후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마다 법무장관의 지휘권 발동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어왔다.

◇대검 “징계시효 지나 원칙 따라 배당”…법조계 “진영 논리 싸움” 지적도

추 장관이 지휘권을 발동해 대검 감찰부의 중요 참고인 조사를 지시한 것에 대해 대검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해당 사건을 인권부에 배당한 것은 원칙에 입각한 결정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미 징계시효가 지난 사건이기 때문에 검사의 징계청구 부서인 감찰부가 아닌 인권부에 배당하는게 맞다는 입장이다.

‘재배당 과정에서 편법과 무리가 있었다’는 추 장관에 지적에 대해서도 한동수 감찰부장이 진정사건이 접수된지 한 달이 넘게 지나 ‘늑장보고’를 한 데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에 원본을 넘기지 않는 ‘지시불이행’으로 행정절차가 지연됐다고 반박한다.

대검 내부에서는 법무부 장관이 총장의 사건 배당을 “시정 조치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에 대해 “배당은 총장 지휘감독권의 기본이자 핵심이다.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 총장과 감찰부와의 갈등은 이번이 두번째다. 채널A 기자와 현직 검사장 간의 ‘유착 의혹’이 불거진 후 한동수 부장은 윤 총장에 감찰 개시를 통보했는데, 윤 총장은 사건을 대검 인권부에서 맡으라 지시했다.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이 인권감독관실에 배당한 것을 두고 절차상 문제는 없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은 옳고 그름의 문제라기 보다 ‘정치적 이해관계와 진영 논리에 따른 것’이란 해석이 많다.

대검 감찰부 출신 변호사는 “배당권자가 인권부에 해당한거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형사 사건의 수사절차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인권침해 소지도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차피 (이 사안은) 진영 논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 전 총리의 편을 드는 사람들은 감찰부장을 자기 편이라 보니 그게 맞다고 볼 것이고, 반대편은 윤 총장 측근이니 제대로 조사하겠냐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검 감찰부 출신 변호사도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조치들이지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아니다”며 “정치적인 이해관계 속에서 권력 투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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