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폭행범’ 영장 기각…피해자 측 “덕분에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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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6월 5일 09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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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에서 30대 여성을 상대로 이른바 ‘묻지 마 폭행’을 저지른 남성 이 모 씨가 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이 씨는 지난달 26일 오후 1시 50분경 공항철도 서울역의 한 아이스크림 전문점 앞에서 30대 여성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역에서 30대 여성을 상대로 이른바 ‘묻지 마 폭행’을 저지른 남성 이 모 씨가 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이 씨는 지난달 26일 오후 1시 50분경 공항철도 서울역의 한 아이스크림 전문점 앞에서 30대 여성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역에서 모르는 여성에게 ‘묻지 마 폭행’을 저지른 이 모 씨(32)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피해자 가족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4일 “덕분에 이제 피해를 고발했던 우리들은 두려움에 떨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한 사람의 집은 그의 성채인데 비록 범죄 혐의자라 할지라도 주거의 평온 보호에 예외를 둘 수 없다’는 재판부 판결을 언급하고 “최근 본 문장 중에 가장 황당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은 잠도 못자고 불안에 떨며 일상이 파괴됐는데, 가해자의 수면권과 주거의 평온을 보장해주는 법이라니 대단하다”며 “제 동생과 추가 피해자들을 보호하는 법은 어디서 찾을 수 있느냐”고 따졌다.

그는 5일에도 “분노가 더욱더 차오른다. 기각의 이유도 황당하다”며 “한국사회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라고 재차 물었다.

또 “추가 피해자가 지금 몇 명인지 모르시느냐”며 “범죄를 막기 위해 두려움을 뒤로하고 목소리를 낸 사람이 몇 명인지 모르시느냐”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오후 1시 50분경 피의자 이 씨는 서울역의 한 아이스크림 전문점 앞에서 30대 여성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 여성은 공항철도 입구 쪽으로 향하던 중 이 씨가 다가와 어깨를 부딪친 뒤 욕을 하고 주먹으로 얼굴을 때렸다고 진술했다. 이로 인해 피해 여성은 눈가가 찢어지고 광대 한쪽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피해자 가족이 피해 사실을 SNS에 올리면서 알려졌고, 철도경찰대는 서울 용산경찰서와 함께 사건 발생 1주일 만인 지난 2일 서울 동작구 자택에서 머물고 있던 이 씨를 검거했다.

이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서울중앙지방법원(김동현 영장전담 부장판사)은 4일 “집에서 자고 있던 이 씨를 긴급체포한 건 위법”이라며 “긴급체포가 위법한 이상 구속영장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신원과 주거지 등을 파악하고 있었고, 피의자가 주거지에서 잠을 자고 있어 증거를 인멸할 상황도 아니었다”며 “한 사람의 집은 그의 성채라 할 수 있다. 비록 범죄 혐의자라 할지라도 헌법과 법률에 의하지 않고 주거의 평온을 보호받는 데 있어 예외를 둘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stre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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