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교차로(Roundabout) 무작정 車 들이밀어… 멈칫하면 여기저기서 “빵빵∼”

특별취재팀 입력 2020-06-02 03:00수정 2020-06-02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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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운전, 멈추고 늦추자] <4> 통행법 낯선 회전교차로 장면1: 지난달 27일 오전 경기 용인시 기흥톨게이트. 중부고속도로에서 톨게이트를 빠져나가자마자 회전교차로가 나왔다. 평일 낮인데도 인근 물류센터들과 대형쇼핑몰 탓에 교차로는 주차장처럼 꽉 막혔다. 이렇다 보니 교차로에 들어선 차들이 가득한데도 무작정 들이밀고 보는 차들이 많았다. 심지어 회전교차로 진·출입로에 있는 횡단보도엔 길을 건너려는 보행자가 있는데도 어떤 차량도 정차하거나 양보하지 않았다.

장면2: 경기 고양시에 있는 한 회전교차로는 상황이 정반대였다. 차량이 많지 않다 보니 그대로 쌩쌩 달리는 경우가 많았다. 아찔한 장면도 목격됐다. 한 화물차가 감속 없이 곧장 진입하는 바람에 교차로를 돌던 승용차가 깜짝 놀라 급정거했다. 교차로 중심 원형교통섬의 ‘회전차량 우선’ 안내판도 소용없었다. 운전자 주모 씨(50·여)는 “규정대로 진입 차량을 먼저 보내려 잠깐 멈추면 여지없이 뒤에서 비난조로 경적을 울려댄다”고 하소연했다.
○ 야간에 직진하다 중앙구조물과 충돌하기도
흔히 회전교차로는 불필요한 신호대기 시간을 줄이면서도 사고율도 낮아 효율적인 교차로 형태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전문가들은 “적절하지 않은 설치나 잘못된 운전습관은 회전교차로를 오히려 사고에 취약한 도로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현장에서 살펴본 두 회전교차로는 서로 상반된 이유로 교통안전에 부담을 줬다. 그런데 두 곳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 ‘2차로형’이란 점이다. 지난해 기준 전국 1391곳에서 운영하는 회전교차로 가운데 약 24%(335곳)가 2차로형으로 설계됐다.


회전교차로는 2010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뒤 나름대로 안전성을 인정받았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한 해 수십 개 설치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한국교통연구원이 일반 교차로를 회전교차로로 바꾼 129곳을 분석한 결과 교통사고 사상자 수는 교차로로 바뀌기 1년(2015년) 전 147명에서 바뀐 뒤 1년(2017년) 동안 73명으로 50.3%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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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통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회전교차로가 무조건 좋다고 말하긴 어렵다. 4월 국토교통부가 작성한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설치한 2차로형 회전교차로 52곳은 설치 전보다 설치 뒤에 사고가 늘기도 했다. 1차로형 회전교차로 109곳에선 사고가 76건에서 34건으로 크게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관계자는 “특히 가벼운 접촉사고 같은 경상 사고가 32건에서 44건으로 크게 늘었다”며 “2차로 형의 차로 변경이 낯선 운전자들에겐 사고 위험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회전교차로의 또 다른 위험은 야간운전이다. 아직 통행이 익숙지 않은 운전자들이 밤에 회전교차로를 알아보지 못하고 직진하다가 중앙구조물과 충돌하는 사고도 자주 벌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교차로 내에서 차로까지 바꿔 가며 운전해야 하는 2차로형 회전교차로는 시기상조였다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한상진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운전자들에게 아직 1차로형 회전교차로도 자연스럽지 않은 상황에서 2차로형을 성급하게 도입해 역효과를 낳았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 “분리교통섬과 진입 각으로 ‘역주행’ 막아야”
이런 문제들이 회전교차로가 가치 없게 만드는 건 아니다. 하지만 좀 더 세심하게 설계하고 운전자도 관련 교통수칙을 지켜야 사고를 줄일 수 있다.

회전교차로에서 발생하는 가장 흔한 실수는 ‘역주행’이다. 원형교통섬을 제대로 못보고 직진하려 들거나 교차로에 들어와 시계 방향으로 도는 경우다. 전문가들은 “회전교차로를 설계할 때 몇 가지만 잘 지켜도 사고를 낮출 수 있다”고 했다.

먼저 ‘돌출형 분리교통섬’을 만들어야 한다. 분리교통섬이란 회전교차로의 진입 진출 차량의 동선을 아예 분리하는 구조물을 일컫는다. 현행지침상 이 교통섬 면적이 5m² 이하일 땐 별도 설치물 없이 노면에만 표시해도 된다. 하지만 이로 인해 들고나는 차들이 역주행하는 경우가 잦다. 김영춘 한국교통연구원 도로정책팀 연구원은 “여의치 않은 경우엔 차선 유도봉만 세워 놓더라도 효과가 있다”고 조언했다.

회전교차로에 진입하는 도로의 각도도 중요하다. 흔히 회전교차로는 사방에서 90도로 들고난다고 여긴다. 하지만 차가 직각보다 더 꺾어 들어가게 설계하면 역주행 등을 막기 좋다. 우회전을 크게 하려다 보면 속도도 줄이고 조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한선 한국교통연구원 도로교통본부장은 “조명시설을 충분히 설치하는 것도 중요하다. 야간 사고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내년 12월까지 회전교차로 관련 규정을 보완 및 현실화할 방침이다. 최근 아파트 단지 등에서 설치 요청이 늘고 있는 ‘초소형 회전교차로’와 2차로형의 대안으로 논의되는 ‘터보식 회전교차로’ 등의 설계 기준을 마련하려 한다.

초소형 회전교차로는 교통신호기가 없는 도로에서 차량 이동의 불편을 해소하기에 유리하다. 터보식은 회전교차로에 진입할 때 출구에 따라 한 차로만 이용하게 만들어 차로 이동이 필요 없는 구조다. 국토부는 회전교차로 운전법에 대한 홍보에도 더욱 노력할 계획이다.


▼ ‘회전차에 통행우선권’만 지켜도 사고줄어 ▼

교차로 진입하면 반시계 방향 회전,들어가고 나갈때 꼭 방향지시등
화물차 턱은 대형차량만 이용 가능

회전교차로(Roundabout)는 1970년대 초 영국에서 처음 생겨났다. 기존 교차로에서 사고발생률이 높고 신호대기 시간이 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는 과정에서 고안됐다고 한다. 이후 운영 과정에서 사고 감소 효과를 내며 영국에만 약 1만8000개의 회전교차로가 만들어졌다. 유럽의 다른 국가와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0년 제주도를 시작으로 적극 도입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회전교차로 이용 방식을 잘 모르는 운전자가 적지 않다.

회전교차로를 이용할 때 첫 번째 수칙은 ‘통행 우선권이 회전 차량에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것만 명심해도 사고 방지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진입할 때 속도를 줄이고 잠시 멈췄다가 조심스럽게 교차로로 진입해야 한다. 교차로에 들어서면 반시계방향으로 회전한다.

들어갈 때와 나갈 때는 방향지시등을 켜는 것도 중요하다. 다른 차량에 자신의 진로를 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원형 교통섬을 둘러싼 화물차 턱은 대형 차량만 이용할 수 있다.

생각보다 간편한 회전교차로 이용법을 운전자들이 헷갈리는 이유는 뭘까. 과거에 흔했던 ‘로터리(Rotary)’ 방식에 익숙한 것도 한몫했다. 로터리는 통행법이 회전교차로와 완전히 반대다. 로터리는 진입 차량에 우선권을 주고 회전차로 안에 정지선이 있다.

하지만 많은 운전자가 가운데 원형 교통섬 등 외관이 비슷하다 보니 회전교차로와 로터리를 혼동한다. 한국교통연구원의 2016년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43.4%가 회전교차로와 로터리의 차이를 모른다고 답했다. 요즘은 로터리를 지속적으로 없애거나 회전교차로로 바꾸는 추세여서 현재 전국에 10여 개만 남아있다.

회전교차로는 접촉사고 발생 때 과실 비율을 둘러싼 분쟁도 잦다. 금융당국과 손해보험협회는 지난해 5월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인정기준’을 개정하면서 회전교차로 사고 기준을 신설했다. 회전교차로를 통행하는 차량과 진입하는 차량이 부딪치면 두 운전자는 20 대 80으로 분담한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교차로에서 회전하는 운전자에게 통행 우선권이 있지만 진입 차량을 주시할 의무도 있다”고 했다.

이윤형 한국교통안전공단 부교수는 “회전교차로에 진입하는 차량은 회전차로를 주행하고 있는 차량에 양보하며 진입한다는 기본 원리만 숙지하면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 공동기획 :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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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취재팀
▽ 팀장 박창규 사회부 기자 kyu@donga.com
▽ 서형석(산업1부) 유원모(산업2부) 김동혁(경제부) 최지선(국제부) 전채은(사회부) 기자

#회전교차로#교통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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