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은 한민족 내면 볼수있는 최고의 교과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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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김준권 대표
창립 20주년 백서-화보집 발간 등 내실 다지기-외연 확대에 힘쓸 것

“백두대간(白頭大幹)은 우리 민족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최고의 교과서입니다.”

2018년 4월 남북 정상회담 당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 내걸린 판화 작품 ‘산운(山韻)’을 제작했던 김준권 판화가(65·사진). 그는 최근 백두대간의 복원과 보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펴는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 대표를 맡았다. 충북을 기반으로 2000년 4월 19일 닻을 올린 이 단체는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16일 충북 진천 판화 작업실에서 만난 그는 “지난해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가 마련한 7박 8일간의 백두대간생태문화탐사에 동행한 것이 인연이 돼 단체 대표까지 맡게 됐다”고 말했다. “이 단체가 탐사 일정을 ‘등정’이나 ‘등반’처럼 단지 산을 오르는 행위로만 그치는 게 아니라 생태에서부터 인문학까지 백두대간과 관련된 다양한 것을 찾고 나누는 활동을 펼쳐 매료됐다”고 설명했다.

1991년부터 진천군 백곡면의 산골에 작업실(한국목판문화연구소)을 마련한 김 작가에게 백두대간은 남다른 의미다. ‘정신적인 사부’로 여기고 있는 대동여지도를 만든 고산자 김정호(1804년경∼1866년경)의 숨결이 백두대간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김 작가는 “목판 작업을 40여 년 하면서 늘 마음속으로 고산자 선생을 생각한다”며 “선생의 대동여지도에는 백두대간과 정맥이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드러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동여지도를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훑은 고산자 선생은 우리 역사에서 백두대간을 수차례 종주한 최초의 인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우리가 학창시절에 배운 ‘산맥 지도’는 일제강점기 침략 정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지질 지도’의 수준에 머물지만 대동여지도는 그와 견줄 수 없는 근대적 의미의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김 작가는 앞으로 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의 내실 다지기와 외연 확대에 힘을 쓸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주년 백서와 화보집 발간, 백두대간 홍보물 제작 배부, 대간 탐사 시 문화행사 진행 등을 계획하고 있다.

그는 “단체 이름에 들어 있는 ‘연대’는 삶의 형태를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며 “단순히 광범위하게 숫자(인원)만 늘리는 게 아니고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모으는 일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또 “백두대간 탐사 때 춤과 소리, 조형 등이 담긴 일종의 ‘산정 제의(山頂祭儀)’와 같은 문화행사를 진행하고, 현재 충북을 중심으로 한 활동이 타 지역의 지부 결성과 연대 등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5년 전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가 건강을 회복한 김 작가는 요즘 사흘은 판화 작업을 하고, 이틀은 산에 다니는 일을 반복한다. 그는 “전에는 그림을 위한 사생(寫生) 목적으로 다녔지만 지금은 걷는 것 자체가 목적”이라고 말했다.

김 작가는 백두대간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민간 주도의 북한지역 백두대간 탐사도 추진하고 있다. 그는 “민간 차원의 관광단을 모집해 북한의 백두대간 등을 찾는 ‘북녘 함께 가요 평화여행 2020’이라는 모임을 꾸리고 참가자들을 모집 중”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추진이 잠시 중단된 상태지만 중국 쪽이 아니라 우리 땅을 통해 북녘의 백두대간을 가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 백두대간 ::

백두산에서 금강산을 거쳐 지리산까지 이어진 한반도의 중심 산줄기로, 총 길이는 약 1400km이다. 조선시대 학자인 여암 신경준이 산경표(山經表)라는 지리서(1769년 발간)에서 처음 썼다고 알려져 있다. 대간과 정간은 한반도의 물줄기를 동서로 흐르게 하는 물줄기이고, 정맥은 그 강을 울타리처럼 둘러싼 산줄기를 말한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백두대간#백두대간보전시민연대#김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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