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지역의 숨겨진 독립유공자 발굴 나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인천대 독립운동사연구소 개소… 의병장 등 독립유공자 발굴 주도
최근 737명 찾아 보훈처에 포상 신청

이태룡 인천대 독립운동사연구소장이 21일 최근 개소한 사무실에서 독립운동사자료집 의병 편을 설명해주고 있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이태룡 인천대 독립운동사연구소장이 21일 최근 개소한 사무실에서 독립운동사자료집 의병 편을 설명해주고 있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전국에 163개 대학과 945개 대학원이 있고, 연구단체도 500여 개나 설립됐으나 독립유공자를 발굴하는 기관으로는 인천대의 독립운동사연구소가 유일합니다.”

인천대 인천학연구원 산하 독립운동사연구소가 최근 미추홀캠퍼스 B동 4층에 둥지를 틀었다. 21일 독립운동연구소를 찾으니 30년 넘게 의병 연구를 해온 이태룡 독립운동사연구소장(65·의병 전공 문학박사)과 여성독립운동가 연구에 심혈을 기울여 온 이윤옥 연구원(60·일본어 전공 문학박사) 등 2명만 있었다.

이들은 한자와 일본어가 가득한 옛 자료와 판결문은 물론 국사편찬위원회와 국가보훈처에서 발간한 ‘독립운동사자료집’(17권), ‘폭도에 관한 편책’(122권), ‘해외의 한국독립운동사료’(32권)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이 소장은 “방대한 독립운동 인맥을 꿰뚫고 있어야 이들 자료를 독해할 수 있다. 최소한 10년 넘게 독립운동 연구를 한 사람이면 이런 발굴 작업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소장은 기자와의 인터뷰 도중 잘못된 용어 사용에 대해 세심하게 짚어 주었다. “의병과 독립군은 항일이 아닌 반일 투쟁을 한 것이다. 버틸 ‘항’의 소극적 의미가 아니고, 주권을 빼앗으려는 데 적극 반대한 것이다. 국가 행사에서 3·1운동이라고 하는데, ‘캠페인’ 수준의 운동이 아니고 3·1독립만세의거라고 해야 맞다. 북한과 중국에서도 통일적으로 이런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는 “명성황후를 시해한(을미왜란) 1895년 이후 의병과 독립 투쟁에 나선 순국선열이 30만 명 정도 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국가보훈처에서 포상한 독립유공자는 3월 1일 현재 1만5931명에 불과해 할 일이 태산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 소장은 기록 속에 묻혀 있던 의병의 발굴 분야에서 독보적이다. 정부는 1962∼2007년 의병 800여 명을 독립유공자로 선정했다. 의병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이 소장은 의병 관련 논문 20여 편, 책 38권을 발표하면서 모은 자료를 토대로 2008년 의병장과 의병 828명을 독립유공자 포상 신청을 했다. 그가 한 해에 신청한 의병 유공 대상자가 45년간 국가에서 선정된 의병 유공자 총수와 비슷했던 것.

이 소장은 지난해부터 인천대 초빙 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765명의 독립유공자를 발굴한 데 이어 최근 737명을 추가로 찾아 국가보훈처에 포상 신청을 했다. 이번에 신청한 포상 신청 대상자는 3·1독립만세의거 유공자 348명, 함경도와 경상도 지역의 정평청년동맹과 안동청년동맹에 가담했던 반일투쟁가 234명, 제주도 반일농어민활동 유공자 73명 등이다.

이들 중 경남 양산지역 의병장이었던 김병희, 교상 부자(父子)는 양산 거부(巨富)로 의병부대 지원금(당시 2000석 쌀값)을 주었고, 이와 별도로 의병을 모집해 일본군과 격전을 치르다 순국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본이었다. 또 서대문감옥소에서 3차례에 걸쳐 10년 넘게 옥살이를 한 함북 명천 출신의 황금봉 지사, 조선혁명군에 참여해 중상을 입은 양세봉 장군도 포함됐다.

이 소장과 함께 독립운동사연구소에 몸담은 이 연구원은 주로 일제 감시 대상 인물 카드에서 찾을 수 있는 애국지사와 잘 알려지지 않은 여성 독립운동가 발굴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조봉래 인천대 인천학연구원장은 “국가기록원이 보유한 재판기록 중 70% 이상이 아직 공개되지 않아 독립유공자 공적을 찾는 데 어려움이 크다”며 “경인지역을 포함해 숨겨진 독립유공자 발굴 작업을 체계화하겠다”고 말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인천대#독립운동사연구소#독립유공자#이태룡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