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교육정책 ‘야호’의 바탕엔 ‘인문의 힘’이 깔려 있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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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플러스|INTERVIEW
김승수 전주시장

문화·관광도시인 전주가 ‘인문의 힘’을 바탕으로 사람이 중심이 된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전주의 지속 가능성은 자기 정체성을 찾는데 있다”며 “교육은 정체성을 찾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화·관광도시인 전주가 ‘인문의 힘’을 바탕으로 사람이 중심이 된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전주의 지속 가능성은 자기 정체성을 찾는데 있다”며 “교육은 정체성을 찾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은 도시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모든 시민을 아우르고, 도시의 전 분야와 관계돼 있다. 지방이 교육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사람이 모이고 삶의 질이 향상된다. 한국의 문제인 수도권 집중의 폐해를 완화하는 유력한 방법이 되는 것이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도시를 성장시키는 기본이 사람에게 있다고 믿는다. 김 시장의 교육에 대한 관심은 그래서 자연스럽다. 도시가 교육으로 성장하려면 시민들이 호응을 전제로, 이를 구체화하는 행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김 시장은 교육이 도시 성장의 매력적인 도구임을 차근차근 증명하고 있다.

전주는 한국에서 손꼽히는 문화·관광 도시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여기에 교육을 덧입혀 ‘교육주도성장’을 시도하고 있다. 김승수 시장을 최근 만나 왜 인간과 교육, 콘텐츠가 도시 성장에 중요한지 들었다.

― 전주 발전의 핵심 성장 동력과 교육과의 관계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면….

“2가지 측면에서 관계돼 있습니다. 첫째, 전주는 사람, 생태, 문화를 바탕으로 공정 여행, 지속 가능한 여행, 문화 기반 여행을 지향해 관광산업도시로 발전하려는 전략을 갖고 있습니다. 사람이 많이 와서 돈을 많이 버는 관광 도시가 아닌, 시민들도 전주시의 핵심 가치를 공유해 시가 성장하는 데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교육이 필요합니다. 둘째, 지역 내의 학교들이 전주시가 추구하는 가치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재를 많이 키워내는 데서도 교육이 중요합니다.”

― 시장님은 평소 ‘인문의 힘’을 강조하고 있습니다.전주에서는 인문이 사회간접자본(SOC)보다 앞에 있는데요, 인문이 왜 도시에 중요한지요.


“도시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인문의 힘이 SOC보다 위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SOC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굳이 하지 않아도 될 SOC와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해치는 SOC는 문제입니다. 저는 이것을 반대합니다. ‘인문의 힘’을 위에 놓은 이유는 첫째, 자기 정체성과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수없이 쌓인 도시의 기억과 기록이 바로 인문에 있습니다. 인문을 찾는 것이 도시의 정체성을 찾는 것입니다. 둘째, 도시의 상상력이 인문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상상력은 도시의 모든 것에 바탕이 됩니다. 도시 건축과 산업 발전 그리고 위기 대처에서도 빛을 발합니다. 한국이 코로나19를 잘 대처하고 있는 것은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문제가 닥쳤을 때 상상력을 발휘한 덕분입니다.”

― 야호 숲 놀이터, 야호 책 놀이터 등 전주시의 대표 교육 브랜드인 야호 교육의 성과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습니까.

“아이들을 시민으로 진짜 존중하려면 아이들 도시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해 나온 것이 야호 플랜입니다. 야호 플랜은 야호 숲 놀이터, 야호 책 놀이터, 야호 예술 놀이터, 야호 학교, 야호 부모 교육 등 5개로 이뤄져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놀이가 반드시 섭취해야 할 식량이라고 봤기에 놀이를 강조했습니다. 야호 숲 놀이터는 ‘건강한 위험’이 있는 생태 놀이터입니다. 아이들은 여기서 모험하고, 협동하며 자연을 배우고 있습니다. 현재 13곳이 운영 중인데 앞으로 30곳까지 늘릴 예정입니다. 몇몇 놀이터는 1년 예약이 다 찼습니다. 이사 가려다가 숲 놀이터가 만들어져서 이사를 포기하는 분이 생길 정도로 시민 반응은 좋습니다. 전주시의 도서관인 야호 책 놀이터는 도서관 전체를 책 놀이터로 꾸민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도서관은 아이들이 떠들면 같이 온 부모까지 함께 쫓겨나는 제한적인 공부 중심의 차별적 공간이었다면, 전주의 도서관은 아이들을 존중하는 공간으로 변했습니다. 야호 학교는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를 갈 때 1년 혹은 2년을 학교를 아예 쉬면서 자기 인생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학교를 만드는 것으로 전문가들과 협의 중입니다. 예술 놀이터는 교육 받는 예술이 아닌 놀고, 경험하는 예술로 바꿀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입니다.”

― 야호 부모 교육도 특이합니다.


“부모 교육도 정말 중요합니다. 세상이라는 망망대해에 떠 있는 배 같은 존재가 부모인데 그 안에는 아이들이 타고 있습니다. 부모들이 흔들려서 아이들이 흔들리는데, 흔들리지 않는 부모가 될 수 있도록 가치를 심어주고 있습니다.”

― 전주를 예술교육도시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다는 정책이 시행 중입니다. 예술교육도시를 통해 추구하려는 것은 무엇인가요.


“예술교육을 중시하는 이유는 3가지입니다. 첫째, 예술은 시민에게 행복을 줍니다. 둘째, 예술은 사회를 융합시키는 ‘사회적 접착제’ 역할을 합니다. 최근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상심한 시민들이 서로를 위로하기 위해 음악을 활용한 것이 좋은 예입니다. 셋째, 예술이 산업과 디자인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디자인은 도시 구성요소 중에서 매우 중요한데, 삶의 만족감과 질을 높이기 때문입니다.”

― 산업과 디자인부문에서 지역 대학의 역할이 있을 것 같은데요.


“전북대 미대 학생들이 전주시 프로젝트에 많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한 예가 성매매 지역이었던 선미촌이 문화 공간으로 변모하는 데 기여한 것입니다. 선미촌을 비롯한 지역 사회의 모습을 바꾸는 프로젝트에 대해 전북대 미대와 협의하고 있습니다.”

― 전주 발전에 청년들이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전주시는 이들을 위한 어떤 정책을 갖고 있습니까.

“청년들이 즐길 수 있는 감성과 DNA를 활용해 청년들을 모으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일자리보다 문화와 예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관 주도의 청년 창업 생태계는 실패했습니다. 분절적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구도심 330만 m²를 문화 재생 중인데 청년들을 위한 것입니다. 무료 건강검진, 임대주택 공급, 기본소득 지급 등 청년들의 복지와 특징을 살리기 위한 정책도 시행 중입니다. 국내 최초로 실시한 재난기본소득지급도 이같은 정책 경험에서 나온 것입니다.”

― 전주시를 위해 대학들과 어떤 협업을 하고 있습니까.


“대학의 가치를 더 살리기 위해 대학주도성장팀을 만들어 지자체-대학 협업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올겨울 지역대학 총장님들과 시와 대학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기 위해 CES 2020에도 같이 다녀오고, 코로나19 대응에 협업하면서 대학들과 많이 가까워졌습니다. 지자체, 대학, 기업이 협업해 글로벌 기업을 유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북대에 들어설 산학융합플라자도 역할을 할 것입니다. 농생명, 스마트 시티 분야에서 전북대, 전주대 등과 국내 대표 기업들이 협업해 작은 기업을 만들어 내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모이면 벨리가 될 것입니다.”

― 전북혁신도시에는 세계적 수준의 농생명 국가 연구기관들이 모여 있습니다. 이 기관들을 전주시와 대학 역량 강화에 활용할 방안이 있을까요.

“농촌진흥청을 비롯해 전북혁신도시에는 지역 산업을 뒷받침하는 국가기관들이 있습니다. 전북대의 농생명학과 또한 경쟁력이 강합니다. 전주시도 농생명을 ICT와 연계해 농생명 클러스터를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 의학계가 코로나19에 대응하면서 ‘한국 표준’을 만들어 냈습니다. 전주시와 국가연구기관과 대학이 힘을 합하면 세계적인 ‘전주표’ 농업 표준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김승수 전주시장은
1969년 전북 정읍 출생
이리고-전북대 정치외교학과 학사-석사
전라북도 정무부지사
제38대 전주시장
제39대 전주시장(현)

글·사진 전주=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에듀플러스#교육#김승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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