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대실요양병원서 ‘코로나19’ 57명 확진…또 집단감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0일 21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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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다소 잡혀가는 듯하던 대구에서 또 집단 감염 사례가 발생했다. 16일부터 19일 사이 서구의 한사랑요양병원에서 77명의 확진자가 나온데 이어 달성군의 대실요양병원에서도 환자와 의료진 등 57명이 감염됐다. 대실요양병원에서는 18~20일 사흘에 걸쳐 확진자가 잇따랐다. 최근 대구시가 고위험 환자들이 있는 요양시설을 전수 조사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요양병원 환자들을 면역력이 취약한 고령인데다 간병인들이 환자들과 접촉하는 시간이 길어 감염에 취약하다. 시는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감염 경로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20일 대구시 등에 따르면 달성군 다사읍 대실요양병원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모두 57명이다. 18일 이 병원의 간호사 1명과 간호조무사 1명 등 2명이 처음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어 19일 간병인 6명과 간호조무사 1명, 환경미화원 1명이 감염된 것이 추가로 확인됐다. 이날 질병관리본부와 대구시가 현장 역학조사와 추가 감염 차단 초지를 했고 나머지 직원 97명과 환자 182명을 대상으로 전주 검사를 실시해 환자 45명 등 47명의 추가 감염 사실을 확인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검사 결과 219명은 ‘음성’ 판정을 받았다. 13명은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확진자가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는 이 병원의 확진 환자들을 코로나19 전담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로 이송할 계획이다.

이 병원은 노인전문 요양시설이다. 암과 치매, 파킨슨병 등을 앓고 있는 노인 중증환자들이 주로 입원해 있다. 진료 과목은 내과와 신경과, 정신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한방과 등이다. 병원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11층 규모인데 1층에는 약국과 동물병원, 2층 건물 관리실, 3~7층 대실요양병원, 8~11층엔 미주병원(정신병원)이 있다. 지하에는 장례식장이 있다. 달성군 관계자는 “정신병원은 코로나19 전수조사 대상이 아니다. 이용자의 동선이 겹치는 부분이 있는지는 확인 중”이라고 했다.

대실요양병원은 지난달 중순부터 환자 가족 면회와 환자 외출을 최대한 자제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발열 체크 등의 방역 조치는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불가피하게 외출을 해야 할 상황이거나 중요한 면회를 하려면 출입자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도록 했다.

20일 대실요양병원과 한사랑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전원(轉院)을 기다리던 환자가 숨졌다. 대실요양병원에 입원했던 A 씨(82·여)는 이날 오전 확진 판정을 받고 전원을 기다리다가 오후 1시 40분경 숨졌다. 이 환자는 2018년 6월부터 입원 치료를 받았다. 18일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은 후 20일 오전 확진 판정을 받았다. 고혈압과 관절염, 심비대 등 기저질환을 앓았다.

한사랑요양병원에 입원했던 B 씨(78·여)는 18일 확진 판정을 받고 20일 보훈병원으로 전원 조치될 예정이었지만 상태가 갑자기 악화돼 같은 날 오후 4시경 사망했다. 이 환자는 지난해 2월부터 한사랑요양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었다. 기저질환으로 파킨슨병과 치매, 고혈압, 당뇨, 갑상선 기능 저하가 있었다.

대구시는 13일부터 고위험 집단시설로 분류한 요양병원 67곳과 사회복지시설 330곳 등 397곳을 전수 조사하고 있다. 현재까지 3만3628명 가운데 약 79%인 2만6540명의 진단 검사를 완료했다. 시는 나머지 7088명은 21일까지 검사를 마칠 계획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통제가 가능한 방역망을 촘촘히 구축하려면 고위험 집단시설에 대한 전수 조사를 강화해야 한다. 이번 주말까지 요양시설 조사를 마무리하면 코호트(집단) 격리해야할 시설을 분류하고 시설별 방역 대책을 다시 세울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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