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전세기’ 지원 놓고 된다 vs 안된다…찬반 ‘시끌’

  • 뉴스1
  • 입력 2020년 3월 19일 14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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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갈무리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갈무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이탈리아에 발이 묶인 한국인을 위한 전세기 지원을 두고 찬반 논란이 거세다.

19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탈리아 전세기 지원’과 관련해 청원글 수개가 올라와 있다. 이가운데 지난 9일 가장 먼저 게재된 글은 “이탈리아 밀라노에 전세기 지원을 부탁한다”는 내용이다.

밀라노에 가족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글쓴이는 “중국 우한과 이란에 전세기를 보냈던 것처럼 이탈리아 밀라노에도 전세기 운항, 혹은 외교적 접근을 통한 자국민 이동 가능성 확보를 부탁한다”고 전했다. 그는 “(밀라노에 있는) 내 가족 안전에 대한 걱정이 너무나도 크다”고 호소했다. 이 글의 청원 마감일은 4월 8일. 현재까지 274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이탈리아 보건부 통계 등에 따르면 17일 오후 기준 이탈리아 내 누적확진자는 3만1506명, 사망자는 2503명으로, 이탈리아 내 코로나19는 무서운 기세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이탈리아 정부는 전역에 이동제한조치를 내렸다. Δ업무상 이유 Δ건강상 이유 Δ거주지 귀환 Δ기타 필수적인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도시 간 및 도시 내 이동을 제한했다. 여기에 이달 초 이탈리아와 한국을 오가는 정규 직항노선도 중단되면서 사실상 이탈리아에 있는 이들은 옴짝달싹하지도 못한 처지가 됐다.

이탈리아 상황이 심각해지자 현지에 고립된 여행객이 직접 청원글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 2월 밀라노에 여행왔다는 그는 지난 16일 “코로나19로 인한 항공편의 잇단 결항으로 코로나19가 가장 심각한 타지에 발이 묶였다”며 “이탈리아에서 유럽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도 어렵고, 한국으로 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졌다”고 토로했다.

이어 “마스크를 구하기도 어려운 이곳 타지에서의 생활이 매우 어렵다”며 “아직 이탈리아에 남아 있는 국민들을 위한 전세기를 간절하게 청원한다”고 했다. 이 글은 19일 기준 710여명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이탈리아 전세기 지원에 반대하는 이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실제 이 청원에는 “지금 상황에 전세기라니, 이탈리아 상황이 심각해지니 한국으로 돌아온다는 것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 “(이민 등을 갔다가) 급한 상황이라며 본인이 원한다고 다시 (한국을) 찾아오는 것은 지나친 이기심이다. 이득만 취하지 말고 손해도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등 비난댓글이 상당수 달렸다.

급기야 이같은 의견은 ‘맞불 청원’식으로 번졌다. 한 시민은 지난 17일 국민청원 게시판에 ‘코로나 이탈리아 전세기 지원을 반대합니다’라는 청원글을 올렸고 이 글에는 3일만에 3670여명이 동의했다.

글쓴이는 “코로나로 인한 이탈리아 전세기 지원을 반대한다”며 “그들은 이민간 외국인으로, 대한민국 국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자국민도 병실이 없고 치료시설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왜 우리가 낸 세금을 외국인에게 줘야 하는가”라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18일 올라 온 ‘코로나19 역외유입 방지위한 대책 강화요청’과 관련한 청원글에는 7443명이 동의했다. 글쓴이는 “선제적 예방정책이 필요하다”며 Δ해외입국자 코로나 및 감염병 발병시 자가비용부담 Δ향후 감염병 대량 발생국 교민수용 가이드라인 수립 등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세계 악화일로에 있는 코로나19가 다시 국내에서 확산되지 않도록 하려면 해외 입국자에 대해 더욱 강화된 정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찬반의견이 갈리는 곳은 비단 이탈리아 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한 이란, 에콰도르, 필리핀은 물론 국경이 폐쇄된 페루 등과 관련해서도 의견은 갈린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 있어 전세기 지원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우리 교민들이 해외에서 고립되거나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전세기를 보내왔다. 2011·2014년 리비아 내전, 2015년 네팔 대지진, 2017년 발리 화산폭발 당시 국민 철수를 위해 대규모 전세기가 동원된 바 있다.

이탈리아 전세기 지원에 동의한 A씨(34)는 “아무래도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국민들이 예민해진 것 같다”며 “혹시 모를 감염 가능성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20대 여성도 “이탈리아 여행객들에게 전세기 보내는 것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이해 가지 않는다”며 “2월 중순 쯤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종식을 이야기하며 일상생활해도 괜찮다고 했었는데, 이 말을 믿고 사람들이 여행을 간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이탈리아에서는 한인회가 직접 귀국 전세기 운항을 추진하고 있으며, 주이탈리아대사관과 주밀라노총영사관이 이를 지원하고 있다. 북부 밀라노 지역의 경우 350여명의 우리 국민들이 전세기 탑승을 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민간항공사도 일정 규모 이상이면 정부가 임차하는 게 아니더라도 독자적으로 운항할 수 있는 상황이 있는 것 같다”며 “참고로 미국, 일본 등에서 임시항공편 운항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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