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보다 기쁘다” 시민들 ‘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 환호

  • 뉴스1
  • 입력 2020년 2월 10일 14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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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영화 ‘기생충’의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평와화상’ 수상 장면을 바라보고 있다. 영화 기생충은 한국역사 101년만에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소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2020.2.10/뉴스1 © News1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영화 ‘기생충’의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평와화상’ 수상 장면을 바라보고 있다. 영화 기생충은 한국역사 101년만에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소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2020.2.10/뉴스1 © News1
“우와, 진짜 받았다!” “노벨상 수상보다 더 기쁘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10일(현지시간 9일 오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작품상까지 수상하면서 4관왕을 확정지었다. 한국 영화가 새로 쓴 기념비적인 쾌거에 시민들은 발걸음도 멈추고 시상식 중계화면 앞에 모여 박수를 보냈다.

시상식이 중계되기 시작한 이날 오전 10시부터 서울역 안 텔레비전 앞에 모인 시민들은 수상 여부를 점치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우려 속에서도 사람들은 모처럼 들려온 반가운 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각본상에 이어 국제극영화상, 감독상까지 3개의 상이 하나하나 쌓여갈 때마다 작품상을 향한 시민들의 기대도 함께 쌓였다. 두 번째 상인 국제극영화상을 수상하자 “또 받았어?” 하는 이야기가 들렸고, 세 번째 상인 감독상 수상 장면에서는 시민들이 점점 화면에 시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작품상에서 ‘기생충’이 호명되자 시민들은 “우와” “진짜” 등 감탄사를 터뜨리며 일제히 박수를 쳤다. 봉 감독과 배우들이 수상소감을 전하러 올라오고, 시상식 참가자들이 박수를 치는 장면이 화면에 잡히자 박수소리는 더욱 커졌다.

각본상 수상 때부터 시상식 중계를 집중해서 시청하던 정모씨(57·남)는 “감독상과 작품상을 다 받다니 노벨상을 받는 것보다 더 기쁘다”며 “요즘 신종 코로나 때문에 우울했는데 기분이 너무 좋고, 한국 영화가 정말 대단하다”고 말했다.

정씨는 “‘기생충’은 빈부격차 문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기회를 만들어준 영화로, 세 번을 봤는데 한 번 더 봐야겠다”며 “시상식을 보려고 근처에 있다가 일부러 중계 시간에 맞춰 서울역으로 나왔고, 역 직원에게 채널도 바꿔달라고 했다”며 웃었다.

한상엽씨(28·남)는 “같은 한국인으로서 봉 감독이 자랑스럽다”며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영화의 한국어 대사가 익숙지 않았을 텐데, 그런 언어장벽에도 불구하고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게 신기하고 뜻깊다”고 뿌듯해했다.

강남구에서 일하는 직장인 하모씨(41·남)는 “수상 소식이 알려지면서 사무실이 들썩였다”며 “사무실 직원들이 모두 봉 감독의 수상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정말 큰일을 했구나 실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여리기 전부터 북미 지역에서 평단과 대중의 사랑을 두루 받아온 ‘기생충’의 작품성에 대해 다시금 긍정적인 평가도 이어졌다.

진혜정씨(36·여)는 “자본주의의 양극화 문제를 재밌으면서도 시니컬하게, 비유적으로 잘 풀어낸 영화라고 생각한다”라며 “봉 감독이 나온다고 해서 서울역에 와서도 텔레비전과 휴대폰으로 뉴스를 계속 챙겨봤다”고 했다.

강남구 도곡동에 사는 최모씨(61·여)는 “‘살인의 추억’ ‘마더’ ‘괴물’ 등 봉 감독의 과거 영화를 보면 남다른 데가 있어서 언젠가 크게 한번 사고를 치겠다고 생각했다”며 “‘기생충’은 현실을 냉정하게 보여주면서 부자도 가난한 자도 불편하게 만들어준 영화인데, 이 불편한 진실을 담은 영화의 완성도에 심사위원들이 손을 들어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부재의 기억’도 이름을 올렸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 세월호 관련 다큐멘터리 ‘크로스로드’를 제작한 바 있는 김한결 프로듀서(34)는 “감독상을 받을 때까지만 해도 ‘이것까지만 받고 위안을 삼아’ 하는 걸로 느끼고 작품상 기대를 못했는데 비명을 질렀다”며 “마지막 노미네이트가 나오고 ‘기생충’을 부르는데 머리가 아득해졌다”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김 프로듀서는 ‘기생충’을 가리켜 “분석할 게 많고 배울 점도 많은 영화라 세계 어떤 영화제에서도 작품상을 받을 만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영화 ‘기생충’은 이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과 국제극영화상, 감독상, 작품상을 휩쓸며 101년의 한국영화사를 새로 썼다. 또 외국어 영화로는 작품상을 처음으로 수상하면서 외국어 영화에 쉽게 벽을 허물어주지 않았던 아카데미 시상식의 92년 역사도 갈아치웠다. ‘기생충’은 지난해 칸영화제의 최고상인 황금종려상도 수상했는데,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것은 역대 두 번째다.

1929년부터 시작된 아카데미 시상식은 일명 ‘오스카’로도 불리는 미국 최대의 영화 시상식이다. 미국 영화업자와 사회법인 영화예술 아카데미협회(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 Sciences)가 상을 수여한다. ‘기생충’은 한국영화 역사상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 본상 후보에 올랐으며, 작품상·감독상·각본상·편집상·미술상·국제극영화상(구 외국어영화상)까지 총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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