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 지침’ 지켰다 뚫린 방역망…지역사회는 무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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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2월 6일 15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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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대응 지침’에 공백이 생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태국 등 동남아를 비롯해 제3국에서 신종 코로나에 노출된 의심자가 질본에 직접 문의해도 “중국에 다녀온 바 없으니 검사받을 수 없다”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 28일부터 14일 이내 중국에 다녀와 폐렴 증세가 있거나, 우한시가 속한 후베이성을 다녀와 37.5도 이상 발열이나 호흡기 이상이 있으면 신종 코로나 검사를 받게 한 상태다.

중국에서 입국한 외국인은 건강질문지와 검역신고서를 쓰게 하고, 전화로 연락처를 확인하는 등 중국발 외국인 전용 대책도 수립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질본)는 당초 우한을 비롯한 중국발 신종 코로나에 초점을 두고 있던 탓에 제3국에서 질병을 얻은 이들은 조기확진받지 못했고,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높아진 계기가 됐다.

앞서 태국에 다녀온 16번 확진자와 싱가포르를 방문한 17번 확진자 등이 그렇다. 16번 확진자의 경우 의심증세로 병원을 수차례 찾았고, 광주21세기병원에서는 ‘신종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는 진료의뢰서까지 발급했으나 질본과 광주 광산구보건소는 “중국에 다녀온 적이 없어 검사받을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이후 그는 확진판정을 받기까지 최소 306명과 접촉한 것으로 파악됐다.

17번 확진자도 중국 밖에서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사례다. 싱가포르에 다녀온 확진자 역시 여행지가 중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검사를 받지 못했다. 그는 한양대 구리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그러나 의료진은 싱가포르에 다녀왔기 때문에 ‘단순 발열’이라고 판단했다.

17번 확진자는 그 사이 서울역과 대구 일대, 경기 구리시 등을 돌아다녔다. 접촉자 중 일부는 아직 연락이 닿지 않은 상태다.

앞서 12번 확진자도 지난 1월30일 보건소를 찾았지만 ‘중국에 다녀오지 않았다’고 말했고, 검사 대상에서 제외됐었다. 일본만 다녀왔고 열과 기침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국과 우한에 국한됐던 보건당국의 지침에 의심자가 이른바 ‘슈퍼 전파자’가 될 확률이 늘었다는 지적이다. 감염부터 확진까지 시일이 길어질수록 다중시설을 이용할 확률도 높아지고, 동선 역추적도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지적은 질본 1339 콜센터에도 함께 제기된다. 유튜버 ‘게으른장사장TV’는 1월 중순 중국 이우시에 방문했고, 운동을 한뒤 감기 초기증상이 발현해 혹시 하는 마음에 1339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중국에서 돌아온지 14일 지났고, 우한 일대를 방문하지 않았으니 괜찮다’는 대답만 들었다며, 답답해 했다. 그는 “나는 건강해서 괜찮으나 주변 노인, 어린이에게 피해가 되고 싶지 않아 전화했으나 돌아온 대응은 이런 식이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질본은 6일 오후 신종 코로나 사례정의를 중국 후베이성에서 중국 전체로 확대했다.

사례정의 확대 등 신종 코로나 대응절차를 개정하면서 동남아 국가 감염 입국자에 대한 방역의 폭이 넓어졌다고도 밝혔으나, 실제 현장 대응이 곧바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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