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통연락체계 만든다더니…韓中日 불통에 높아진 ‘지역전파’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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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뉴스1) 정진욱 기자 = 2일 오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12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의 모습.12번째 확진자 A씨(49·중국)는 지난 30일 오후 3시쯤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을 방문했다. 뉴스1
(부천=뉴스1) 정진욱 기자 = 2일 오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12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의 모습.12번째 확진자 A씨(49·중국)는 지난 30일 오후 3시쯤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을 방문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12번 확진환자(49·중국인 남성)는 중국이 아닌 제3국에서 감염된 첫 사례다. 우리 보건당국의 방역망이 제3의 경로를 통한 감염을 막아내기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달 14~15일 우리나라에서 열린 한·중·일 보건장관 회담 닷새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접촉자가 일본에서 국내로 아무 제재 없이 입국했다. 일본 정부는 그가 중국 국적이란 이유로 이 사실을 중국에만 통보했고, 일본은 물론 중국 정부도 이 사실을 우리 정부에 알리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환자의 자진신고가 들어오기 전까지 열흘 넘게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 사이 12번 환자(49·중국인 남성)는 지역사회를 활보했고 14번 환자를 추가로 감염시켰다. 얼마나 더 많은 추가 감염자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 3국간 불통(不通)으로 ‘슈퍼전파’ 우려

12번 환자의 발생 과정은 세 나라의 감염병 공조가 얼마나 엉망이었는지 보여준다. 관광가이드인 12번 환자는 일본에서 가이드 일을 마치고 지난 달 19일 국내로 입국했다. 국내 첫 확진환자가 나오기(20일) 전이지만 이미 11일 의심환자가 발생했고 공항 검역을 강화한 시점이었다. 하지만 일본에서 입국한 12번 환자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 검역을 무사통과했다. 능동감시 대상도 아니었고, 28일 시작된 우한 입국자 전수조사 대상에도 당연히 들어가지 않았다.

12번 환자와 일본에서 접촉했던 일본인 버스기사는 30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일본 정부는 이 기사의 접촉자를 파악하던 중 12번 환자의 존재를 알게 됐고 그가 중국 국적이란 이유로 중국 정부에만 이 사실을 알렸다. 이미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던 12번 환자에게 연락한 것은 일본도 중국 정부도 아닌 일본의 확진환자였다. 일본인 환자가 알려주지 않았다면 12번 환자의 존재는 더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을 뻔했다. 질병관리본부는 관계자는 2일 “일본 확진환자의 연락을 받은 12번 환자 스스로 신고를 했고 그래서 존재를 파악하게 됐다”며 “일본으로부터 사전 통지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기사의 확진 사실을 30일에야 알았기 때문에 귀국 다음날인 20일부터 근육통을 느낀 12번 환자는 지난달 30일 병원 진료를 받기까지 최소 열흘간 지역사회에 노출됐다. 그 사이 그는 거주지인 경기 부천 심곡본동은 물론 인천 남구의 친구집, 서울역, 강원 강릉, 경기 수원, 군포 등 수도권과 지방을 광범위하게 돌아다녔다. 증상이 발현된 뒤이기 때문에 ‘슈퍼전파자’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실제 밀접접촉자로 분류됐던 12번 환자의 부인과 딸 중 부인이 2일 14번 환자(40·중국인)로 확인됐다. 이 여성 역시 길게는 열흘간 지역사회에 노출된 셈이라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이 높다. 결국 3국간 어처구니없는 불통(不通)이 사태를 키운 셈이 됐다.

● 직통연락체계 만든다더니…

질본 정은경 본부장은 2일 열린 기자 브리핑에서 “국가별 감염병 위기담당자들 간에 연락체계가 있지만 (환자 정보를) 통지하는 시점의 문제는 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국간 연락체계가 없었던 게 아니라 우리나라로 통지되는 게 신속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기존에 한·중 간 연락체계도 부실하다는 지적이 계속 있어왔다. 직통 전화가 있긴 했지만 중국 측 환자 상황은 여전히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해야 했고, 우리 측 의심환자가 발생한 뒤에도 바이러스 정보를 받지 못해 외국 학계 사이트를 통해 찾아내야 했다. 일본에서도 확진 환자가 발생한 것을 감안하면 일본 환자 접촉자 정보도 실시간으로 받아야 했지만 이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12번 환자가 열흘 넘게 방치됐다.

지난 달 열린 3국 보건장관회담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감염병은 더 이상 발생지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며 “(보건위기상황 발생에 대비해 3국) 당국 간 신속한 사전 정보 공유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지만 수사에 불과했다. 본보 취재 결과 3국 질병당국이 직통연락체계를 놓는다는 것도 말 그대로 직통 전화나 메일을 둔다는 것에 불과했고 사전 정보 공유체계는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따라서 신속한 대응도 불가능할 수밖에 없었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 발병 소식이 이미 지난 달 알려졌고 한국, 일본 등 확진환자가 열흘 전 나온 것을 감안하면 정부의 대응이 안일했다고 비판한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본에서 확진환자가 발생하고 있었다면 진작 그 접촉자와 관련 정보를 입수했어야 했다”며 “다른 나라 탓을 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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