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주 52시간이 국가재난인가…헌법소원 등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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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1월 19일 15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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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8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부 브리핑실에서 입법 불발시 주52시간제 보완대책 추진방향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19.11.18/뉴스1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8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부 브리핑실에서 입법 불발시 주52시간제 보완대책 추진방향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19.11.18/뉴스1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정부가 주 52시간제 보완책으로 내놓은 특별연장근로 확대 방침에 대해 헌법소원을 비롯한 행정소송을 추진하겠다고 19일 밝혔다.

그럼에도 정부가 해당 방침을 그대로 강행할 경우, 노사정 사회적대화에 대한 참여도 전면 재검토할 예정이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실장은 이날 오후 여의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한국노총은 인가연장제도의 취지를 왜곡하는 정부의 불법적 시행규칙 개정에 대해 법적으로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상위법인 근로기준법 제도 취지에 반하는 시행규칙에 대한 행정소송이나, 정부의 개별 인가처분에 대한 취소소송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내년 50~299인 중소기업에 대한 주 52시간제 시행 보완책으로서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Δ일시적 업무량 급증 Δ기계설비 고장 등 ‘경영상 사유’로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특별연장근로란 자연·사회 재난이나 이에 준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를 수습하기 위해 1주 12시간 이상의 연장근로를 정부가 특별히 허용해 주는 제도다.

한국노총 측은 이 같은 정부의 발표를 “행정권 남용”으로 규정했다. 재난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허용하는 특별연장근로 제도의 취지를 명백히 왜곡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노동자 건강권과 더 나아가 생명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인간 존엄성과 생명권을 규정한 헌법 제10조에 반하며, 노동조건 기준을 법률로 정하도록 한 헌법 제32조 제3항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은호 한국노총 대변인은 “정부의 잘못된 행정력 행사가 어떤 비극을 초래했는지는 지난 정부에서도 알 수 있었다”며 “만약 정부가 발표한 내용을 그대로 시행한다면 한국노총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를 비롯한 모든 사회적대화 참여를 전면 재검토하려 한다”고 말했다.

현재 경사노위에서는 노동계를 대표하는 양대노총 가운데 한국노총만이 대화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노총마저 사회적대화에서 물러선다면 문재인 정부 들어 노사정 사회적대화가 전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이날 한국노총은 정부가 ‘인가특별연장’ 제도를 ‘특별연장근로’ 제도로 발표해 혼선을 초래했다고도 주장했다.

원래 특별연장근로 제도란 3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정부 허가 없이도 근로자대표와 사측이 서면 합의를 거쳐 연장근로 한도(1주 12시간)에 더해 8시간 내에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는 현행 근로기준법 제53조 3항에 규정돼 있으며,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중소기업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마련됐다.

반면 정부가 언급한 특별연장근로 제도는 사실은 인가특별연장(특별연장근로 인가) 제도로, 이는 근로기준법 제53조 4항에 규정돼 있다. 제3항에 규정된 제도와 달리 노동시간 단축과는 관련이 없고, 순전히 재난 수습 목적이다.

한국노총은 정부가 해외 사례를 들어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 확대의 정당성을 뒷받침한 사실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일본에서 통상 예측하기 어려운 업무량 급증에 따라 1개월 100시간 이내의 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는 노사협정을 반드시 거쳐야 하며, 정부의 인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독일은 공공에 필요한 긴급 사유에만 특별연장근로를 허가하고 있으며, 일시적 업무량 증가에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앞서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특별연장근로 확대 방침을 발표하면서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는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보다 좀 더 넓게 해석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는 이전까지 주 최대 68시간 근로가 가능했기에 연장근로가 필요한 특수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굉장히 제한적으로 해석해 온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한국노총은 이 장관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유 실장은 “장관께서 제도 취지를 정확히 말하지 않은 것”이라면서 “이는 재난에만 허용하는 제도로, 재난이 1년에 몇백건 일어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전까지는 6~7건 수준에서 활용되다가 최근 일본 수출규제나 돼지열병 등에 따라 건수가 늘었는데, 사실 700건 가까이 특별연장근로를 인가해 주는 것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이) 국가적 재난 사태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제도를 이렇게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특별연장근로 인가는 2015년 6건, 2016년 4건, 2017년 15건에 불과했으나 주 52시간제가 300인 이상 대기업에 본격 시행된 지난해에는 204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800여건이 신청 중에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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