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행불인 재심 빨리 열어야”…유족 391명 추가소송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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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0월 8일 16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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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희생자유족회 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는 8일 오후 2시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4·3행방불명인 391명의 유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News1
제주4·3희생자유족회 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는 8일 오후 2시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4·3행방불명인 391명의 유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News1
지난 6월 제주4·3 당시 행방불명된 수형인에 대한 재심 청구 소송이 제기됐지만 첫 발도 떼지 못하고 있어 유족들이 조속한 재판을 촉구하고 나섰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 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는 이날 오후 2시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4·3행방불명인 391명의 유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제주4·3행불인유족협의회는 “불법 군사재판에 대한 재심 청구 소송이 조속히 진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 6월3일 제주4·3행불인 10명의 유족들이 접수한 ‘제주지법 2019 재고합 3호’ 재심을 청구한지 4개월이 지나도록 재판이 시작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심을 청구한 유족들마저 나이 들고 병 들어 많이 쇠약해져 가고 있다”며 “제주4·3의 과거사에 국가 공권력으로 잘못된 인권을 바른 역사가 되도록 하루속히 재심이 이뤄지길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또 제주4·3행불인유족협의회는 각 지역 위원회별로 추가 재심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추가 재심 신청을 준비하고 있는 제주4·3행불인 사례는 지난 9월 말까지 391건이 접수됐다. 재심 청구 소송은 희생자의 배우자, 직계손, 형제자매 등이 신청할 예정이다.

그러나 형무소에 기록된 4·3수형인 2530여 명 가운데 상당수는 주소가 불명이거나 직계가족을 찾기 힘든 실정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유족들이 70년 이상 가슴 속으로 삭혀야 했던 희생자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시간도 마련됐다.

유족 고철희씨(59)는 “아버지는 4·3당시 폭도로 몰려 1949년쯤부터 1956년쯤까지 7년6개월가량 마산, 대전 등 전국 각지의 형무소에서 수형생활을 하셨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씨의 아버지는 이같은 사실을 가족들에게도 말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고씨는 제주4·3을 책으로 먼저 알게 됐다고 한다. 그가 아버지의 수형 사실을 알게 된 것은 한참 후였다.

제주4·3행방불명인 유족이 8일 오후 제주지방법원에 행불 수형인에 대한 재심을 조속히 열여 줄 것을 촉구하는 민원을 접수하고 있다. © News1
제주4·3행방불명인 유족이 8일 오후 제주지방법원에 행불 수형인에 대한 재심을 조속히 열여 줄 것을 촉구하는 민원을 접수하고 있다. © News1
고씨는 “아버지는 수형생활 내내 이제는 죽은 목숨이라고 생각하셨지만 운 좋게 풀려나 제주로 내려올 수 있었다”며 “하지만 돌아온 이후에도 몸이 아파 병원 신세를 많이 졌고 연좌제 때문에 자식들도 직업 구하기도 어려워 농사를 지으며 살아왔다”고 말했다.

유족 백홍근씨(79)는 옥살이를 했던 아버지를 면회간 기억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백씨는 “친척집에 맡겨져 지내고 있던 8살쯤 아버지를 뵈러 대전형무소에 다녀왔다”며 “당시 아버지는 29살이란 젊은 나이인데도 일주일에 두번씩 맞아서 전혀 움직일 수 없던 상태였다”고 떠올렸다.

백씨는 “아버지에게 면회한 지 6개월여 만에 6.25한국전쟁이 터졌다”며 “내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제주4·3희생자유족회 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는 제주지방법원에 행불 수형인에 대한 재심을 조속히 열여 줄 것을 촉구하는 민원을 접수했다.

(제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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