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장낙원 부장판사)는 초등학교 교사 A 씨의 유족이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공무상 사망을 인정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A 씨가 공무상 생긴 스트레스로 사망 당시 정상적인 행위선택 능력을 이미 잃은 상태였다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고인은 B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학생·학부모와 극심한 갈등을 겪었고, 자신의 지도 방법이 교장이나 교감으로부터 지지받지 못한다는 사실로 인해 큰 충격까지 받았으며 그 결과 우울증을 앓게 됐다”면서 “고인이 통상적인 교사라면 하지 않을 행동, 즉 정년퇴직을 한 학기 앞두고 사직 의사를 표시하기도 한 점에 비춰 볼 때 그 심리상태는 일반적인 교사라면 견디기 힘들 정도의 고통에 해당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결국 사망 원인이 된 우울증은 그가 교사로서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생긴 질병으로서 공무로 인한 것”이라며 “고인의 사망과 공무 사이엔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 씨가 사망하기 전 병원에서 중증의 우울증을 진단받은 사실이 없더라도 공무상 사망을 인정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시했다.
앞서 A 씨는 2016년 담임을 맡은 반의 B 학생(당시 4학년)이 자신의 지시에 대놓고 불만을 표시하거나 욕설을 하고, 반성문을 쓰게 해도 별 효과가 없자 지도과정에서 욕을 했다.
이를 알게 된 B 학생 부모가 항의하자 A 씨는 학급 학생들에게 공개적으로 욕설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B 학생 부모는 A 씨가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고 태도가 개선되지 않았다며 다시 민원을 제기했다. 부모의 민원은 5개월간 5차례 이어졌다.
B 학생의 부모와 면담하는 자리에서 학생 아버지가 A 씨를 때리려고 한 적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학교 측에 B 학생의 무례한 행동과 부모의 민원이 반복돼 힘들다고 여러 차례 호소했다. 동료 교사에게도 “어떤 학생 때문에 힘들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듬해인 2017년 상급반 과목을 배정받은 A 씨는 5학년으로 올라가는 B 학생을 피하려고 6학년 과목을 선택하기도 했다.
그러나 A 씨는 정년퇴직을 한 학기 남겨둔 2017년 2월 ‘아이들이 모두 B 학생 같을 것 같아 불안하다’는 생각에 사직서를 냈고, 사직서가 처리되는 동안 병가를 냈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공무원연금공단에 순직 유족보상금을 청구했다가 거절당한 유족 측은 고민 끝에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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