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무허가 자본거래, 법령상 허가제 폐지뒤엔 처벌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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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4월 18일 12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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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제 폐지뒤 처벌규정 남아있었대도 범죄 안돼”

서울 서초구 대법원. © News1
서울 서초구 대법원. © News1
기획재정부 장관 허가 없이 한 자본거래를 처벌하는 규정이 2009년 1월29일까지 남아 있었대도, 관련 법령에 따라 2006년부터 ‘자본거래 허가제’가 폐지된 이상 그 사이에 이뤄진 무허가 자본거래는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기소된 이모씨(55)에게 벌금 1억8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외국환거래 관련 법령은 일정 범위의 외국환 자본거래에 허가를 받도록 규정했다가, 2006년부터는 자본거래 허가제를 완전히 폐지하고 허가 대상 자본거래는 신고제로 전환하는 법개정이 이뤄졌다.

그러나 무허가 자본거래 처벌을 규정한 외국환거래법 관련 조항들은 이에 맞춰 개정되지 않고 있다가 2009년 1월30일에야 삭제됐다. 검찰은 이를 기준삼아 벌칙조항 삭제 전까지의 자본거래는 무허가 자본거래로 구분해 공소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외국환거래법령 개정과정에 비춰 살펴보면 자본거래 허가제·무허가 자본거래 처벌규정은 2005년 12월31일까지만 효력을 가진다”며 “2006년 1월1일~2009년 1월29일 사이의 무허가 자본거래로 인한 외국환거래법 위반은 형사소송법상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라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2008년 12월24일~2009년 1월29일 이뤄진 무허가 자본거래에 2009년 1월30일 개정되기 전의 외국환거래법을 적용해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A사 등 3개 사료업체 상무이사를 지낸 김모씨가 미국 G사로부터 물품을 수입해 G사 자회사인 싱가포르 소재 T사에 수출하는 것처럼 가장해 2008년 12월24일~2011년 3월25일 18회에 걸쳐 외화자금 총 1087억여원을 무허가 차입하는 것을 알선해준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이씨 혐의를 유죄로 보고 벌금 1억5000만원을 선고했다.

이씨는 G사와 3개 사료업체 사이에서 단순 알선을 했을 뿐 차입자금에 관한 권리의무 귀속주체가 아니라 공동정범이 아니라는 등의 이유로 항소했다.

그러나 2심은 관련 사건을 병합심리해 “전체 차입자금 규모가 약 1300억원에 달하고, 이를 통해 이씨가 취한 이익이 10억원이 넘는 큰 규모”라며 G사의 한국 대리인 지위에 있던 이씨에게 개정 전 외국환거래법을 적용, 형사책임 주체로 인정해 1심보다 무거운 벌금 1억80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자본거래 허가제가 폐지된 2006년부터는 무허가 자본거래 처벌규정의 효력도 사라진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이씨는 외국환거래법상 비거주자인 G사의 대리인인 자신은 공동정범이 될 수 없다는 취지로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이씨가 외국환거래법상 신고의무를 부담하는 거주자의 미신고 자본거래에 가담해 직접적 행위를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공동정범으로 판단한 원심이 옳다고 봤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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