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균형 개발 - 산업약사 양성에 지방대 역할 중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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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설 약대 이르면 이달 확정, 전북-제주-한림대 1차 후보로

교육부의 약대 신설은 개업 약사뿐 아니라 제약 연구개발 전문 인력을 충원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약사는 인구 10만 명당 65명(2015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34개국 평균(82명)보다 적다. 사진은 한 제약사의 연구 개발실. 동아일보DB
2020학년도 약학대학 신설 절차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방의회가 나서서 유치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적극적으로 약대 유치 작업을 벌이고 있다.

교육부는 이달 18일 약학대학 선정 1차 심사에서 전북대, 제주대, 한림대 등 3개 대학을 후보로 선정한 데 이어 2차 심사인 현장실사를 진행 중이다. 이 심사를 끝내면 이르면 이달 말 신설 약대가 최종 확정된다. 최종 선정은 1차와 2차 심사 점수를 합산해 결정된다.

최은옥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관은 “약학 교육 여건을 갖춘 우수 대학에 약대가 신설될 수 있도록 대학의 교육 여건, 약대 발전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선정하겠다”고 말했다. 약대 신설 대학이 확정되면 이후에 배정 인원을 결정한다.

○ 1차 심사, 어떻게 진행했나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교육부에 2020년도 약대 정원을 60명 늘린다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가 약대 신설 계획을 발표했다. 1차 심사에서 선정된 3개 대학을 비롯해 고신대, 광주대, 군산대, 대구한의대, 동아대, 부경대, 상지대, 유원대, 을지대 등 총 12개 대학이 약대 신설 신청서를 제출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1차 심사는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소위원회가 정량평가(20%)와 정성평가(80%)로 나눠 진행했다. 정량평가에서는 교원, 교지, 교사, 수익용 기본재산 등 4대 요건을 9개 지표로 나눠 제대로 충족했는지를 평가했다. 정성평가에서는 연구중심 약학대학 발전 계획, 약학 관련 운영기반 여건 등 10개 항목으로 나눠 점수를 매겼다.

교육부는 크게 △비수도권 대학 한정 △제약 연구에 필요한 약대 교육 특화 교육과정 △연구약사 육성 선도 등 3가지 기준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서도 신약 개발과 임상 연구를 담당할 약사를 길러낼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1차 심사에서 선정된 3개 대학이 의대를 보유했기 때문에 평가에서 나은 점수를 받았다는 분석도 있다.

○ 최종 2곳 선정될 듯, 약사회는 반발

2차 심사 결과 최종 2개 대학이 낙점받을 게 유력하다. 다만 세 대학이 모두 점수가 높을 경우 3개 대학 모두에 약학대학 신설을 허가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정원 60명을 20명씩 쪼개야 하는 게 단점이다. 일반적으로 약대 정원은 최소 30명이 돼야 운영 가능하다는 게 대학 당국의 공통된 설명이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20명씩 3개의 약대를 설립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09년 당시 약대를 선정할 때도 정원 30명씩 배분했는데, 이런 방식으로는 제약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임상연구약사나 산업약사의 양성이 어렵다는 뜻으로 읽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약학과 교수는 “약대가 없는 지역에 골고루 나눠 주는 식보다는 경쟁력이 있는 대학을 선정해 집중 육성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2개 대학에 약학대학이 신설되면 전국의 약대는 현재의 35개 대학에서 37개 대학으로 늘어난다. 전체 모집 정원도 1693명에서 1753명으로 증가한다. 만약 정원 30명의 약대로 설립된다 하더라도 규모로는 작은 편에 속한다. 현재 전국 약대 평균 모집 정원은 47명이다. 이화여대와 중앙대가 각각 120명으로 가장 많다. 그 다음이 덕성여대와 숙명여대로 각각 80명이다.

대한약사회는 약대 신설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약사 인력의 공급 과잉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주무 부처인 복지부는 바이오 산업과 제약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신약 연구개발(R&D) 인력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지역균형개발에 도움” 목소리도

해외에서는 특정 지역에 세워진 대학이 그 일대 성장을 견인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아직 한국에서는 그런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없다. 대학 전문가들은 이번 약대 선정 과정에서도 이런 식으로 대학을 활용해 지역균형개발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학 발전을 바탕으로 젊은 인구를 모으고 일자리 창출을 도모해야 모두가 ‘윈윈’인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 결국 약대 최종 선정 과정에서도 이런 점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의 주요 정책인 지역균형개발, 핵심 성장 동력인 제약 산업 육성을 위한 전문 인력 공급이라는 취지를 충실히 따른 것이란 이야기다.

지역균형개발을 통한 국가균형발전은 문재인 정부의 5대 국정 목표인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에 해당된다. 정부가 지방대에만 약대를 허가하겠다는 것은 지역 발전에 대학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정부 또한 지난해부터 혁신도시 사업을 강화하면서 거점 국립대의 역할을 강조했는데, 이 또한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약학은 학문 특성상 연관 학문과 관련이 많아 ‘논문 생산의 보고’라고 불린다. 2016년 대학 알리미 자료에 따르면 약대가 있는 대학의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 편수는 없는 대학에 비해 70%나 많았다. 대학들이 약대 신설에 매달리는 이유도 약대가 대학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김상훈 corekim@donga.com·이종승 기자
#약학대학 신설#전북대#제주대#한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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