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 따져 해체한다지만… 보 개방할 경우 편익은 계산 안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금강-영산강 보 3개 해체”]환경부, 해체-유지 판단 근거는


4대강 보 해체와 존속의 운명을 가른 건 경제성 평가 결과였다.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 홍종호 공동위원장(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은 21일 금강의 세종보와 공주보, 영산강의 죽산보는 해체, 금강 백제보와 영산강 승촌보는 존속을 제안하면서 “환경적 측면보다 철저하게 비용과 편익 관점에서 경제성을 분석했다”고 말했다.

경제성 평가는 ‘물을 가둔 보를 해체할 경우’ 들어가는 총비용과 총편익을 비교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현재처럼 보를 개방해 물을 흘려보내는 경우는 고려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애초부터 해체를 전제로 경제성을 판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경제성 평가에서 비용은 보를 해체할 때 드는 공사비와 수위 변동으로 영향을 받는 양수장 및 취수장의 시설물 개선비, 해체 이후 줄어드는 수력발전 수익 등을 합산해 계산했다. 편익은 보 해체 이후 수질 개선 효과와 생태계 회복 효과, 보가 수명을 다하는 2062년까지 들어갈 유지·보수비용 등을 합산해 산출했다. 편익이 비용보다 많으면 해체가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환경부 발표를 보면 해체를 제안한 죽산보는 보를 해체할 때 비용(622억여 원)보다 편익(1580억여 원)이 무려 957억여 원이나 높았다. 세종보와 공주보는 각각 편익이 비용보다 639억여 원, 90억여 원 많았다. 결국 3개 보를 해체하면 경제적으로 1686억여 원의 이득을 본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번 경제성 평가에서 보의 건설비용은 매몰비용으로 처리해 아예 계산에서 뺐다. 3개 보의 건설비용은 △공주보 1051억 원 △죽산보 599억 원 △세종보 150억 원 등 1800억 원에 이른다. 환경부는 3개 보 해체 시 당장 철거비용과 취수시설 개선비로만 1372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해 보를 지었다가 허무는 데만 3172억 원을 쓰는 셈이다.

경제성 평가 시 비용은 돈으로 환산하기 쉬운 항목인 반면에 편익은 수질 개선과 생태계 회복 등 계량화가 어려운 항목이라는 점도 논란거리다. 위원회는 3개 보 해체 시 수질 개선과 생태계 회복으로만 얻는 40년간의 편익이 2585억 원에 이른다고 계산했다.

이 중 죽산보 해체로만 1067억여 원의 편익을 올리는 것으로 산출했는데, 실제 죽산보는 보 개방 이후 수질이 오히려 악화됐다. 그럼에도 위원회는 보 해체 시 수질 개선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보를 개방한 이후 수질이 악화됐는데, 보를 해체하는 건 위험한 판단”이라며 “충분한 기간을 두고 비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홍 위원장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수질 등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경제성 분석의 어려움이었다”며 “(다만 이를 계산할 때) 예비타당성 평가 기준보다 더 엄격한 방법을 적용했다”고 해명했다.

보 개방 이후 수질 개선 및 생태계 회복 효과를 측정하기에는 모니터링 기간이 너무 짧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는 2017년 6월부터 단계적으로 개방했지만 농사를 짓는 시기에는 수위를 유지하기 위해 부분 개방해 완전 개방 시기는 1년 남짓에 불과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탈원전’처럼 위원회를 앞세워 해체의 당위성을 확보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공주보의 경우 현재 도로로 이용하는 보 상부를 그대로 남겨두도록 제안한 것을 두고는 위원회 스스로 원칙을 어긴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상부를 남겨두지 않고 완전히 철거할 때 편익이 훨씬 크다고 판단해 놓고 지역 주민의 반발을 의식해 ‘부분 해체’로 물러섰다는 것이다. 홍 위원장은 “5개 보의 처리 방안을 논의할 때 공주보가 가장 이슈였다”며 “경제성 분석으로 해체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주민 편익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강은지 kej09@donga.com·김호경 기자
#4대강 보 해체#경제성 평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