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칼럼]인창고의 진로 중심 교육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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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인창고의 교장실 탁자 유리 밑에는 전년도 입시 결과를 정리한 표가 놓여있다. 이 안에는 이른바 ‘SKY대(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과 KAIST, 포스텍 등에 진학한 학생 이름과 진학 방법, 학년별 담임 명단이 적혀 있다. 임병욱 교장은 “진학성적을 뽐내기보다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등 수시전형으로 진학한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임 교장의 말처럼 인창고의 진학 성과는 주로 정시보다는 수시전형에서 나온다. 올해 인창고 졸업반 학생 289명 가운데 85%가 수시전형으로 대학에 들어갔다. 이 가운데 서울 시내 대학 합격자는 100명 안팎이다(2월 7일 현재). 인창고는 2017∼2018년 2년 연속 4년제 대학 등록률 40%로 서울시 318개 고교 가운데 24위다.

임 교장과 교사들의 진로교육에 대한 열정이 인창고가 상위권의 진학 성적을 낸 이유다. 인창고 학생들은 평균 4개의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주요 과목에서 ‘학생 주도적’ 수업을 하고 있다.

지식 전달 위주 교육이 아닌 적성과 진로설계에 바탕을 둔 교육은 임 교장 취임 후에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임 교장은 “2015 교육과정은 학생의 인성과 협업, 소통 등 미래사회에서 필요한 능력을 기르는 데 비중을 두고 있으므로 여기에 적합하도록 교육과정을 개편해 꾸준히 밀고나가는 것이 교장이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교사들은 제자들의 미래를 위해 폭증한 업무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다. 인창고 학생들의 생활기록부는 평균 25장 정도다. 일반 학교 최우수 학생 생활기록부가 15장임을 감안하면 교사들의 노고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인창고 학생들의 생활기록부에는 부모의 배경과 사교육으로 만든 것이 아닌 자신들의 노력에 의해 한 땀 한 땀 성취한 것들이 적혀 있다. 대학들은 풍부한 생활기록부를 가진 학생들을 선호한다. 숙명여대의 2010년∼2016년 신입생 종단 연구가 증명하듯 학종으로 들어온 학생들의 학과 만족도와 취업률은 여느 전형으로 들어온 학생들보다 높았다.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이 수시로 80% 가까이 학생을 선발하는 이유는 고교에서의 진로적성 탐구가 대학 이후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수시로 들어온 학생들의 취업률이 정시에 비해 2.3∼2.8배 높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배재고 상일여고 예일여고 등도 인창고처럼 진로교육을 중시하는데 진학 성적 역시 좋다. 인근 지역에서 가고 싶은 학교로 꼽힌다. 이 학교들은 모두 사립학교다. 사립이 공립보다 진로교육을 바탕으로 진학에서 성과를 내는 이유는 진로교육을 옹호하는 교장 및 교사들의 열정에 바탕을 둔 시스템 때문이다. 공립에 비해 교장과 교사의 근속기간이 긴 것도 꾸준히 진로교육을 할 수 있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배재고에 견학왔던 한 교사가 “교사는 수업만 잘하면 되지 이런 것까지 신경을 써야 하나”라고 반문했다는 후문은 진로교육이 교사의 쉼 없는 노력 없이는 뿌리내리기 힘든 현실을 입증한다.

교장과 교사에 따라 진로교육의 질과 양이 다르고 이는 학생들의 미래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다들 외치지만 정작 행동하는 교육자는 드물다. 사교육을 몰아낼 수 있는 길은 진로교육의 강화다. 진로교육은 교육현장의 변화가 일어나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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