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위 “검찰총장,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 사과하라”

  • 뉴시스
  • 입력 2019년 2월 8일 10시 09분


코멘트
재북 화교 출신인 유우성씨 간첩 조작 사건과 관련해 검찰총장은 유씨 남매에게 진정성 있게 사과해야 한다고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권고했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으로부터 ‘유우성 증거조작 사건’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지난달 28일 심의를 거쳐 이같이 권고한다고 8일 밝혔다.

이 사건은 2013년 2월 검찰이 유씨를 간첩 혐의로 재판에 넘기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검찰은 탈북자 200여명의 정보를 북한에 넘긴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유씨를 구속기소 했다. 그러나 유씨를 조사했던 국정원 직원들이 유씨의 여동생인 유가려씨에게 가혹행위를 자행해 자백을 받아낸 사실이 이후 드러났고, 유씨는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과거사위는 당시 국정원이 유가려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의혹, 별다른 증거가 없음에도 무리하게 사건을 기소했다는 의혹, 검사가 위조된 증거임을 알면서도 묵인했다는 의혹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진상조사단은 당시 수사·공판기록, 대검찰청 감찰기록 및 법무부·국정원 회신 자료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관련자 진술 청취 등을 광범위하게 조사했다.

먼저 과거사위는 조사 과정에서 폭행, 협박 등 가혹행위를 받았다는 유가려씨의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며, 그 정황을 뒷받침하는 국정원 수사관들의 목격 진술 또한 존재한다고 밝혔다. 가혹행위 당사자로 지목된 조사관들이 법정 진술을 담합하고, 사실관계를 왜곡해 위증한 사실이 확인된 만큼 유가려씨에 대한 가혹행위가 실제 있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유가려씨에 대한 변호인 접견 신청을 허가하지 않은 국정원의 처분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및 변호인 접견권을 침해한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수사검사가 국정원 수사팀과 협의해서 변호인 접견을 차단하기 위해 참고인 신분을 유지케 하는 등 국정원의 위법한 처분을 용인하거나 적극적으로 협력했다고도 강조했다.

또 극히 제한적인 사진 정보만을 갖고 수사보고서가 작성된 점 등에 비춰봤을 때 당시 국정원 수사팀이 증거로 제출될 사진 등의 정보를 의도적으로 은폐했고, 수사검사 또한 이를 확인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는 게 과거사위 판단이다.

과거사위는 유우성씨에 대해서도 유리한 증거가 1심 재판 과정에서 뒤늦게 제출된 점 등에 비춰보면 당시 국정원의 의도적인 증거 은폐 행위가 의심된다고 밝혔다. 당시 검사가 면밀하게 기록을 검토했다면 바로잡았을 수 있었음에도 적정한 수사지휘권이 행사되지 않았기 때문에 검사의 의무가 방기됐다는 게 조사 내용이다.
과거사위는 출입경기록 등 조작 증거에 대한 출처, 신빙성 등에 대해서도 검사가 검증을 소홀히 했다고 봤다. 더 나아가 검사가 국정원 측의 증거가 허위임을 알면서도 묵인했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이후 이뤄진 증거 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에 대해서도 통화내역 확보나 컴퓨터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시도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춰보면 수사가 미진했다고 판단했다.

과거사위는 이 같은 조사 내용을 종합해 당시 수사·공판 검사가 검사로서의 인권보장 및 객관 의무를 방기했고, 국정원의 인권침해 행위와 증거조작을 방치했다고 결론 내렸다. 아울러 증거조작 가담자들이 기소된 직후 검찰이 이미 기소유예 처분된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유씨를 추가기소한 것은 사실상 ‘보복성’ 기소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과거사위는 검찰총장이 유씨 남매에게 잘못된 검찰권 행사로 인해 억울하게 간첩의 누명을 쓰고 장시간 고통을 겪은 점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아울러 대공수사 과정에서의 증거 검증 방안 강구, 진술 증거 등에 대한 추가적인 검증 절차 마련, 변호인 조력 등 제도 개선 등도 함께 권고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