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빈번 지역에 웬 ‘철새 관광지’…177억 혈세 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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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2월 13일 09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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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군, 고천암호 주변 자연생태공원 준공 ‘눈앞’
조류관찰대·탐방로 설치…국비 반납 못해 계속 추진

해남군이 177억원의 예산을 들려 철새관광지로 조성중인 고천암 자연생태공원. 하지만 매년 겨울철이면 AI 감염우려로 사람들의 출입이 통제돼 예산낭비라는 지적이다.2018.12.13/뉴스1 © News1
해남군이 177억원의 예산을 들려 철새관광지로 조성중인 고천암 자연생태공원. 하지만 매년 겨울철이면 AI 감염우려로 사람들의 출입이 통제돼 예산낭비라는 지적이다.2018.12.13/뉴스1 © News1

전남 해남군이 177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들여 고천암호 주변에 조성중인 자연생태공원이 혈세낭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겨울철이면 AI(조류 인플레인자) 전염을 우려해 사람들의 접근을 차단한 곳에 철새 관광지를 짓는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13일 군에 따르면 해남 황산면 고천암호의 생태 서식여건 개선과 생태관광 인프라 구축을 위해 오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고천암 자연생태공원 조성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국비와 군비 177억원이 들어가는 자연생태공원 조성사업은 고천암호 주변 4만7794㎡의 대지에 에코센터지구, 갈대탐방로, 철새탐조시설, 생태복원 시설 등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2009년 착공 당시에는 220억4000만원 규모로 추진됐던 생태공원은 사업이 추진되면서 철새도래지 개체수 감소와 AI 발병 등으로 55억원 규모의 에코센터 전시장 설립이 취소됐다.

취소된 에코센터 전시장은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조류 전시관이 들어설 예정이었으나, 매년 AI 발병으로 인해 고천암 일대가 겨울철이면 사람들의 출입이 통제되면서 사업이 변경됐다.

군은 에코센터 전시장을 지상 1층 규모로 축소해 관리사무소로 활용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군은 조류관찰센터 1곳, 조류 관찰대 2곳을 비롯해 조류관찰 탐방로 1.52㎞는 공사를 진행하면서 여전히 철새관광지 사업을 강행했다.

드넓은 간척지와 이를 가로질러 흐르는 고천암호는 매년 겨울이면 가창오리 등 수십만마리의 철새들이 찾아오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철새 도래지였다.

그러나 몇년 전부터 철새들이 고천암보다 더 위쪽에 위치한 금호호와 영암호로 둥지를 옮기면서 고천암을 찾는 철새들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여기에 AI마저 기승을 부리면서 철새도래지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올해도 최근 강진과 순천지역 야생조류 분변에서 AI 바이러스 항원이 잇따라 검출됨에 따라 전남도와 해남군은 고천암호 일대도 제독차량과 농협 공동방제단, 광역방제기 등이 총동원돼 매일 집중 소독을 하고 있다.

공사중인 해남군 고천암 자연생태공원 진입로에 조류 독감 발병으로 인해 출입금지 현수막이 부착돼 있다.2018.12.13/뉴스1 © News1
공사중인 해남군 고천암 자연생태공원 진입로에 조류 독감 발병으로 인해 출입금지 현수막이 부착돼 있다.2018.12.13/뉴스1 © News1
10년전 사업을 시작하면서 철새를 바탕으로 고천암호 주변의 생물서식기반을 조성해 생태체험시설을 조성하려던 해남군은 난처한 입장이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사업을 되돌릴 수도 없어 이곳을 자연학습체험장으로 바꾸려 하는 모습도 역력하다.

국회환경포럼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종기 해남문화원 이사는 “고천암 일대는 간척지로 밑바닥은 염분이 많아 나무가 자라기가 쉽지 않다”면서 “해남군은 사업 초기 시민단체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생태공원을 빙자해 조경과 토목공사로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해남군은 “고천암 생태공원은 바닥분수와 종합 놀이대, 조류모형 시설물 등을 갖춘 물놀이 체육 놀이시설이다”며 “조류 독감은 2~3년 종식될 것으로 보여, 향후에는 이곳이 활성화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체 국비 확보가 늦어져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면서 10년전 사업 구상때에 비해 철새 수와 AI 변수 등 여건이 많이 바뀌었다”면서 “하지만 확보된 국비는 반납이 어려워 사업을 그대로 진행했다”고 토로했다.

(해남=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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