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징용 소송 빨간불?…위자료 청구 가능한 시점 얼마 남았나

  • 뉴시스
  • 입력 2018년 12월 2일 16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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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객관적 장애사유’ 해소 시점을 제시한 판결이 나오면서 향후 다른 피해자들의 소송 등 구제 시도에 영향을 미치게 될지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객관적 장애사유가 언제 해소됐는지 여부는 향후 법원에서 다른 피해자들의 강제징용 위자료가 인정될 수 있는지를 가르는 지점이 될 수 있다. 이미 장애가 해소된 이후 상당 기간인 3년이 넘었다는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이 이미 충분히 지났다”는 일본 측 주장에 힘이 실리는 셈이기 때문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2부(부장판사 김한성)는 신일철주금(신일본제철) 강제징용 소송 항소심에서 피해자들의 권리 행사 기간 문제를 판단하며 “객관적 권리행사 장애사유 해소시점은 2012년 5월24일”이라고 못박았다.

이 재판부는 강제징용 위자료 청구권을 인정하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던 2012년 5월24일 대법원 판결을 언급하면서 “일본국과 대등한 주권국가인 대한민국의 최고법원이 청구권협정에 관한 해석을 천명한 이상 강제노동 피해자들의 객관적인 관리행사 장애사유는 해소됐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환송판결의 기속력은 환송 후 원심뿐만 아니라 재상고심에도 미치는 것이 원칙”이라며 “원고들의 객관적 권리행사 장애사유는 2018년 10월30일 대법원 판결이 아닌 2012년 5월24일자 대법원 판결로써 이미 해소됐다”고 선언했다.

이는 강제징용 소송을 제기한 시점이 장애가 해소된 이후이기는 하지만, 현재 법원에서 보고 있는 3년 기한 안인 2015년 5월24일 전에 청구를 했으므로 상당 기간 내에 권리행사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이 재판 1심은 2015년 5월12일 제기됐다.
지난달 29일 대법원에서 확정된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사건 항소심의 경우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할 당시까지 권리행사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권리 행사 기간 문제를 판단하면서 장애가 해소된 시점에 대한 부연설명을 내놓았다. 이 재판 1심은 2012년 5월24일 이후 약 5달 뒤 제기됐다.

해당 재판부는 “대법원이 청구권협정에 관한 해석을 천명한 이상(2012년 5월24일 파기환송 판결), 적어도 대한민국 내에서 원고 등과 같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청구권협정의 해석 등과 관련해 객관적으로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는 소멸했다고 볼 여지는 있다고 할 것”이라고 부연해 설명했다.

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은 해당 대법원 판결의 당사자도 아니었고 대법원 판결과 구체적인 사안이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원고들이 해당 대법원 판결 선고일로부터 3년 내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이상 장애사유가 해소된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했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해석들은 강제징용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객관적 장애사유가 언제 해소됐는지에 대한 확립된 기준이 없는 가운데 나온 하급심 판단이라는 면에서 주목받는다.

그간 대법원이 확정한 강제징용과 근로정신대 사건 원심들은 ‘각 소송이 제기된 시점까지는 권리행사 장애사유가 있다’고 보면서도 장애 해소 시점에 대한 명확한 판단까지는 내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는 2005년 2월(신일철주금)·2000년 5월1일(미쓰비시)·2012년 10월24일 무렵(근로정신대) 등 각각 소송이 제기될 때까지는 피해자들이 청구권을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는 개별 판단들만이 인정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강제징용 문제에 관해 ‘피해자들이 위자료를 청구할 수 없었던 객관적인 장애사유’가 있었다는 것은 손해배상 책임을 부정하는 일본 기업의 주장들을 배척하는 근거 가운데 하나다.

이는 강제징용 문제가 오랜 기간 이어져온 사안이라는 점에서 비롯된다. 일본 기업들은 강제징용 위자료 청구권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미 권리 행사를 할 수 있는 기간이 충분히 지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수십년의 여러 곡절 속에 피해자들이 위자료 청구권을 행사할 할 수 없던 장애사유가 있어 일본 기업 측의 주장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이라며 배제했던 것이다.

이 기간 객관적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판단되는 배경으로는 강제징용 이후 ▲1965년까지 국교단절 ▲국교정상화 이후 2005년 1월까지 청구권협정 문서 비공개 ▲과거와 현재 기업의 동일성에 의문을 품게 하는 등 일본 측 조치 ▲한·일청구권협정의 대상에 강제징용 위자료 청구권이 포함되는지에 대한 국·내외적 논란 지속 등이 제시된다.

그런데 객관적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하면 이 장애가 언제 해소됐는지가 중요해진다. 대체로 법원은 객관적 장애사유가 있었더라도 장애가 해소된 이후 권리행사를 할 수 있는 기간은 보통 6개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권이라도 길어야 3년을 넘을 수 없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객관적 장애사유가 해소됐다고 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아직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피해자들의 경우 권리 불행사 기간, 즉 권리 위에서 잠을 자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게 된다. 더욱이 장애가 없어진 지 3년이 넘었다고 한다면 현재 시점에는 “이미 권리 행사를 할 수 있는 기간이 충분히 지났다”는 일본 기업 측 주장이 인정될 여지가 생겨, 이미 확정된 재판과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뜻이 된다.
장애사유 해소 시점을 언제로 봐야하는지에 대해서는 법조계 내에서도 견해가 분분하다.

먼저 앞선 일부 하급심 판단처럼 2012년 5월24일 판결을 장애가 없어진 때로 봐야한다는 견해가 있다. 이는 이른바 강제징용 소송 관련 재판연기 의혹과 관련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했다는 시효 해석과도 비슷한 맥락이다.

향후 2012년 5월24일 판결이 권리행사 장애사유 해소 시점이라는 기준이 서게 되면 불법행위에 기초한 강제징용 위자료 청구권은 길어야 3년 뒤인 2015년 5월24일까지만 행사할 수 있다고 볼 여지가 생긴다. 이럴 경우 2015년 5월25일 이후 제기됐거나 앞으로 진행될 강제징용 관련 소송 피해자들의 경우 이미 권리행사를 할 수 있는 기간이 충분히 지났다는 판결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게 된다.

반면 장애사유가 없어진 때는 강제징용 위자료에 대한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된 2018년 10월30일이라는 견해, 아울러 아직도 논란이 지속되고 있으며 일본의 각종 조치 등을 본다면 현재까지도 장애사유는 해소되지 않았다고 봐야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점 등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바라보면 현재까지 다른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일본 기업에 위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 안에 들어와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 장애사유 해소 시점 문제는 향후 관련 재판에서 주요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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