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시대 역행”…제주 관함식 반대측, 경찰과 ‘충돌’

  • 뉴시스
  • 입력 2018년 10월 11일 14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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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국제관함식의 하이라이트 행사인 해상사열이 진행된 11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강정동 제주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 해군기지) 앞에서 관함식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와 강정마을 주민 등이 경찰과 충돌했다.

관함식이 시작되기 전인 오전 9시께부터 제주 해군기지 앞에는 ‘제주 국제관함식 반대’, ‘잔인합니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든 시민사회단체와 강정마을 주민 등 100여명이 집결해 반대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제주 해군기지에 진입하려는 관계자와 관광객의 차량을 막아서며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돌아가라”고 외쳤다. 일부는 차량에 올라타며 길을 가로막았다. 시위가 격해지면서 반대 측과 경찰이 대치했고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남 목포에서 국제관함식 반대를 위해 배를 타고 왔다는 김관일(52)씨는 “구럼비 바위가 폭파되기 전에 강정마을에 왔었다”면서 “제주 해군기지로 마을 공동체가 파괴됐다.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먼 길을 달려왔다”고 참여 이유를 밝혔다.

서울 은평구에서 온 박은경(37·여)씨는 “국제관함식은 제주도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 참석했다”며 “남북관계 개선 등을 위해서 지금이라도 관함식을 중단했으면 한다. 제주를 제2의 오키나와로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단체 ‘해군 국제관함식 반대와 평화의 섬 제주 지키기 공동행동’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제주지부는 이날 오전 제주 해군기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 세계 군함이 모여 군사력을 과시하는 국제관함식은 평화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번 국제관함식에는 미국 핵추진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가 참여한다고 한다”며 “남북 정상이 만나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논의하는 시기에 정작 제주 해군기지에서는 핵 무력을 자랑하고 시위하는 모순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 강정마을을 찾아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 하지만 이미 찢겨져 버린 강정마을 주민들의 상처는 치유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관함식 추진 과정에서 청와대가 주민들에게 했던 과정을 돌이켜보면 진정성도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오늘 행사로 제주 해군기지는 전 세계에 군사기지로 인식됐다”며 “건설 과정에서 정부가 주민들에게 했던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라는 약속도 결국 지켜지지 않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동행동 등은 이날 해상사열에 맞춰 국제관함식에 반대하는 해상시위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어 해군기지에서 강정평화센터까지 행진하고 반대 집회를 열 예정이다.

【제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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