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특활비, 10만달러 빼고 ‘뇌물 무죄’…발목잡은 대가성

  • 뉴스1
  • 입력 2018년 10월 5일 16시 55분


코멘트

법원 “특활비는 개인 아닌 대통령실에 전달한 것”
원세훈 특활비는 국정원장직 유지위한 대가성 인정

© News1
© News1
이명박 전 대통령이 수수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에 대해 법원이 대부분 뇌물로 인정하지 않았다. 박근혜정부에서 이뤄진 특활비 상납에 대한 기존 판결과 마찬가지로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는 5일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130억원을 선고하고 82억여원의 추징금을 명령했다.

국정원 특활비와 관련된 뇌물 혐의 중 유죄가 인정된 것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교부한 10만달러(1억여원)뿐이다. 재판부는 각각 2억원씩 받은 다른 2건의 특활비 수수는 국고손실 혐의는 유죄, 뇌물은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의 무죄 판단은 어느정도 예측가능한 결과였다.

‘뇌물은 아닌데 국고손실은 맞다’는 논리는 이미 이 전 대통령 측근 재판에서도 되풀이됐다. 지난 7월 ‘MB 집사’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1심에서 국정원 특활비 뇌물방조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박근혜정부 특활비와 관련해선 공여자·수뢰자·관여자 모두 뇌물죄가 인정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 안봉근·이재만·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재판의 모든 판단이 그랬다.

법원의 이같은 특활비 뇌물죄 무죄 선고는 뇌물 수수 혐의를 구성하는 대가성과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계선 부장판사는 이날 이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뇌물죄가 성립되려면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있어야한다”고 전제하며 “국정원장들이 특활비를 전달한 것은 대통령 개인에 교부한 것이라기보다는 대통령실에 전달한 의사로 보이고 그외 특별한 동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명확히 지적했다.

반면 원 전 원장이 교부한 특활비 10만 달러는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이 모두 인정돼 유죄로 판단된 경우다.

정 판사는 “이 부분은 다른 2건의 특활비 사건과는 다르다”며 “특활비를 전달한 내용과 과정의 은밀성, 사용처에 대한 관련자 진술을 고려할 때 청와대 사업과 관련한 자금이 아닌 개인 자금을 위해 전달된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10만 달러는 대북 공작을 위해 사용된 일종의 예산이라던 이 전 대통령 측 주장에 대해서도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정 판사는 10만 달러의 대가성을 인정한 경위를 명확히 밝혔다. 원세훈 전 원장이 이 돈을 교부한 시점은 여당 대표까지 가세해 원 전 원장 경질 요구가 거세진 때였다며 “국정원장직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돈을 줬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기존에도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이 인정돼 특활비가 뇌물로 인정된 사례는 없지 않다.

국정원 특활비 1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은 유죄가 인정돼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최 의원이 국정원 예산안 증액과 국회 심의 과정에서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1억원을 받았다며 대가와 직무관련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