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눈이 커지는 수학]태풍이 어떻게 이동하는지 방정식으로 예측할 수 있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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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정식 활용한 기상예측

19호 태풍 ‘솔릭’의 영향으로 23일 오전 해운대 앞바다에 파도가 치고 있다. 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19호 태풍 ‘솔릭’의 영향으로 23일 오전 해운대 앞바다에 파도가 치고 있다. 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올여름 폭염에 이어 최근 태풍 ‘솔릭’이 한반도를 관통했습니다. 이제는 언제 더위가 있었냐는 듯이 가을장마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상훈은 최근의 이상 고온 현상이나 집중 호우 등 급격히 변화된 날씨를 접하며 기상변화 예측과 대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상훈: 태풍 ‘솔릭’이 수도권을 관통하면서 한반도에 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최초 예보와 달리 충청 지역을 거쳐 강원도로 빠져나가면서 예상보다 피해가 크지 않아 다행이었어요. 그런데 이런 태풍의 진로는 어떻게 예측하는 걸까요?

엄마: 날씨 예보는 기상 상황을 반영한 온도, 습도, 바람 속도 등 다양한 관측 자료와 이를 바탕으로 데이터를 생산, 처리해내는 슈퍼컴퓨터 그리고 데이터를 해석하는 예보관의 능력이 합쳐져 가능하단다.

상훈: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고 판단하는데 특별한 방법이 있을까요?

엄마: 기상 변화를 예측하고 재난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수학적 도구 중 강력한 것이 방정식이란다.

상훈: 그럼 방정식만 있으면 예측이 정확해지나요?

엄마: 꼭 그렇지는 않아. 정확한 자료와 다양한 방정식이 필요해. 실제로 태풍 진로나 기후 변화는 그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많아 정확한 예측이 어렵기도 하단다. 그래서 많은 나라들이 각 나라 환경에 맞는 수학적 모델 등을 개발하여 활용하고, 조금씩 차이가 나는 다양한 예측 결과를 서로 공유하면서 최종 판단을 하지.

○ 방정식, 기상예측에 활용되다

[그림] 태풍 ‘솔릭’의 예상 경로.
[그림] 태풍 ‘솔릭’의 예상 경로.
방정식은 문자의 값에 따라 참이 되기도 하고 거짓이 되기도 하는 식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수에 10을 더한 값이 13이라고 합시다. 이때 어떤 수를 문자 x로 두고 식을 세우면 10+x=13이라는 식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 식에서 x=3이면 등식은 참이 되지만 x가 3이 아니라면 등식은 거짓이 됩니다. 이런 식을 방정식이라고 하지요. 이때 x를 미지수라 하고 방정식을 세울 경우 변수라고도 합니다.

대기의 운동은 에너지 보존법칙, 운동량 보존법칙, 질량보존 법칙, 수증기나 이산화탄소 등과 같은 각종 미량 기체들의 보존법칙들과 이상기체 방정식과 같은 자연법칙에 의해서 지배받고 있습니다. 기상예보란 쉽게 이야기해서 이러한 방정식들의 해를 구하는 과정입니다. 위에서 말한 법칙들은 미분이라는 개념을 사용해 미분방정식이라는 수학적 형태로 표현되고, 복잡한 방정식의 정확한 값을 구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구하고자 하는 기온, 바람, 기압과 같이 기상 변수들을 시간 및 공간적으로 격자로 간격화해서 방정식의 해를 대략으로 구해 해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떤 예보 식을 세워 구하는가가 중요하지요. 이때 슈퍼컴퓨터가 많은 데이터를 방정식에 넣어 빠르게 계산해줍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 방정식이 어떻게 기상 변화나 재난 예측에 사용되는지 살펴봅시다.

○ 방정식으로 알아보는 지진 진원지

2017년 11월 15일 포항에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진앙은 포항시 북구 북쪽 9km 지점인 흥해읍 남송리이며, 진원지는 지표에서 7km 떨어진 지점이었습니다. 2016년 경주 지진에 이어 1978년 본격적인 지진 관측 이래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지진이었습니다.

지진이 발생하면 지진의 발생 지점을 재빨리 파악해 빨리 경보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진이 발생하면 엄청난 진동이 발생합니다. 이 진동에는 지진의 이동방향과 진동방향이 평행을 이루고 세로로 움직이는 P파와 이동방향과 진동방향이 수직을 이루고 가로로 움직이는 S파가 있습니다. P파와 S파는 서로 다른 속도로 이동하고, P파가 S파보다 빠르게 움직여 지진기록계에 먼저 기록된답니다. 그래서 P파와 S파가 도착하는 시간의 차를 PS시라고 하고 다음과 같은 식으로 구합니다.

이 식에서 알 수 있듯이 기록된 P파와 S파의 속도와 PS시의 값을 알면 진원까지의 거리를 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진 관측소에 도착한 P파의 속도가 초속 8km, S파가 초속 3km이고 PS시가 60초라고 할 때, 지진이 발생한 진원지까지의 거리는 얼마일까요?

진원까지의 거리를 문자 d로 놓고, 각 조건에 맞게 식을 세워보면 다음과 같은 방정식을 얻습니다.
이 식을 통분(둘 이상의 분수의 분모를 같게 만드는 것)하여 d를 구해보면, 다음과 같이 관측소에서 진원까지 거리는 288km가 됨을 알 수 있습니다.

○ 더 정확한 예보 위해 진화하는 방정식

태풍도 방정식을 활용하면 태풍의 도착시간은 물론 태풍의 이동경로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태풍 ‘솔릭’이 8월 21일 오전 9시 현재 일본 가고시마 남동쪽 약 470km 부근 해상에서 시간당 21㎞ 속도로 북상 중일 때, 8월 23일 오전 3시 제주도 해상에 도달한다면 현재 태풍이 위치해 있는 곳과 제주도 해상과의 거리는 얼마나 떨어져 있는 것일까요?[그림]

이때 우리가 잘 아는 ‘속력=이동 거리÷시간’이라는 식을 이용해 방정식을 세워 풀면 태풍이 위치한 곳과의 거리는 약 567km 떨어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 거꾸로 태풍의 이동속도와 함께 현재 위치에서 태풍이 위치한 지점 사이의 거리를 알면 태풍이 도달할 시간을 구할 수도 있겠지요. 물론 실제로는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이동 속도가 끊임없이 변해 경로와 시간을 예측하는 것이 단순하지만은 않습니다.

실제로 기상예보에 활용되는 많은 식이 살펴본 예처럼 간단한 것만은 아닙니다. 하지만 기상 변화를 빠르고 정확하게 예측하는데 필요한 방정식으로 지금도 수많은 계산들을 해내고 있답니다. 또 더 정확한 예보를 위해 이 방정식들도 연구되고 진화해 가고 있지요. 여러분들도 이런 예측 모델에 관심을 가지고 방정식을 공부해보면 어떨까요.

박지현 반포고 교사
#기상예측#태풍#방정식 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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