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민간개방 화장실도 몰카 점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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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용 자원 총동원해 불법 근절”

출퇴근 중에는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꾹 참는 게 습관이 됐다. 직장과 집을 오가며 매일 2시간 이상 지하철을 타는 직장인 이모 씨(37·여) 이야기다. 불법 촬영 사건에 관한 기사를 접하면서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는 게 겁이 났기 때문이다.

이 씨는 “나사 모양 촬영 도구도 있다는 말을 들은 뒤로는 집이나 회사 화장실 외에는 들어가는 게 꺼려진다. ‘얼굴이라도 안 나오게 고개를 푹 숙이고 화장실에 가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까지 들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화장실 불법 촬영 사건이 늘면서 여성들의 공포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가 공중화장실을 ‘안심구역화’하기 위한 다양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 화장실뿐만 아니라 민간개방 화장실도 안심하고 쓸 수 있게 ‘가용 자원을 총동원한다’는 것이다.

26일 서울시의 ‘불법 촬영 걱정 없는 안심화장실 추진계획’에 따르면 공중화장실 점검 주기를 대폭 줄이고 점검 장비와 신고 시스템에 대한 접근성도 높인다. 기존 대책을 한 단계 강화하는 차원이다. 현재 여성안심보안관만으로는 점검 주기가 너무 길고, 민간 건물에 있는 개방 화장실 점검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서울시는 2016년 8월부터 여성안심보안관 50명을 상시 운영하며 10만 건이 넘는 점검 활동을 벌였다. 올해부터는 건물주 등이 자체 점검을 원할 경우 점검 장비를 임대해주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서울지역 공중화장실은 4900여 채의 건물에 설치돼 있다. 공공기관이 1900여 곳으로 가장 많고, 민간 개방 화장실은 1030여 곳이다. 공원 등은 981곳이다.

대책에 따르면 공공시설뿐 아니라 민간개방 화장실에도 상시점검 체계가 구축된다. 공공시설은 담당 관리부서에서 하루 한 번 이상, 민간개방 화장실은 사회적 일자리나 자원봉사단 등을 통해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정기점검을 벌이게 한다. 이용자 수가 많고, 유흥가 주변에 있거나 여성 밀집 지역에 속하는 화장실은 ‘특별 관리 대상’으로 따로 분류한다. 여성안심보안관이 일주일에 한 번씩 집중 점검하도록 했다. 시는 이르면 이달 말에 약 1000곳의 특별관리 대상을 선정하기 위한 전수 조사와 지정 작업을 마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또 여성들의 공포심을 유발했던 나사 구멍 등 훼손된 시설에 대한 복구 작업을 벌여 불안감 해소에 나선다. 여성안심보안관이 경찰과 함께 불법 촬영 근절에 나섰다는 내용의 포스터도 최근 게시를 시작했다.

서울시는 법 규제를 받지 않는 소규모 건축물도 남녀 화장실을 구분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5월 “민간 화장실도 모두 남녀가 분리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거나 분리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해 달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11월 시행 예정인 개정 공중화장실법(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과 별도로 건축법 개정을 통해 설치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구상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가 ‘중복 규제는 법령 체계상 부적합하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혀 대한건축사회와 각 자치구를 통해 분리 설치를 권고하는 수준으로 조정했다.

그 밖에 남녀 화장실을 분리 설치한 건물을 매매할 경우 해당 면적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줄 것을 국세청에 건의한 상태다. 국토부에는 화장실을 분리 설치할 경우 해당 면적을 건물의 연면적에서 제외해줄 수 있는지도 문의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제 막 검토를 요청한 단계여서 실제 추진 여부는 진행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서울시#민간개방 화장실#몰카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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