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제관함식’ 제주 개최 놓고 찬반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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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함식 계기로 마을 발전 꾀해야”… “대통령이 찾아와 사과표명해야”
강정마을 주민들 격렬한 토론
청와대는 마을회 결정 존중 밝혀… 정부행사에 나쁜 선례 남길 우려

대한민국 국제관함식 제주 개최를 놓고 민군복합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이 들어선 서귀포시 강정마을이 다시 찬반 갈등에 휩싸였다. 국제관함식을 계기로 대통령 유감 표명과 공동체발전 사업추진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대규모 해군 행사에 대한 반발도 있다. 해군본부 제공
대한민국 국제관함식 제주 개최를 놓고 민군복합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이 들어선 서귀포시 강정마을이 다시 찬반 갈등에 휩싸였다. 국제관함식을 계기로 대통령 유감 표명과 공동체발전 사업추진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대규모 해군 행사에 대한 반발도 있다. 해군본부 제공

22일 오후 7시 반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회관 1층. 민군복합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건설로 갈등의 골이 깊어진 강정마을 주민 100여 명이 모였다. 정부가 추진하는 ‘2018 대한민국 국제관함식’을 제주에서 개최하는 것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 위해서다.

국제관함식은 대통령이 군함 전투태세와 군기를 사열하는 해상 사열식으로, 해군 군사력을 대외에 알리고 우방국과의 해양 안보협력을 도모하는 행사다. 1998년 건군 50주년을 맞아 부산에서 국제관함식이 처음 열렸고 2008년에도 부산에서 12개국 함정 50여 척이 참가한 가운데 개최됐다.

○ 국제관함식 제주 개최에 찬반 갈려

이날 토론회는 강희봉 강정마을회장이 진행을 맡아 찬반 측 주민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실, 국방개혁비서관실 관계자들도 참석해 의견을 청취했다. 3시간 반 동안 진행된 토론회에서 찬반 의견이 맞서면서 한때 고성이 오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갈등을 겪은 주민들에게 대통령이 국제관함식 제주 개최를 계기로 유감을 표명하고 그동안 예산을 집행하지 못했던 공동체 발전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찬성 주민들의 입장이다. 한 주민은 “초기에 해군기지 반대 활동을 했지만 결국 기지는 들어섰고 마을 공동체는 갈기갈기 찢어졌다. 언제까지 갈등 속에서 살 수는 없다. 이제는 마을 미래와 화합을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 측은 국제관함식이 아니더라도 대통령이 제주를 찾아 아픔을 치유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정마을회 임시총회에서 이미 반대 결정을 했기 때문에 추가 논의도 불필요하다고 덧붙였다. 3월 30일 개최된 강정마을회 임시총회에서 참석자 86명 가운데 47명이 국제관함식 개최를 반대했다. 반대 측 주민은 “국제관함식이 아니더라도 민군복합관광미항 완공식 같은 행사에 대통령이 참석해 사과 표명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 강정마을회 결정에 관심 집중

관심의 초점은 강정마을회가 임시총회를 다시 열어 국제관함식 찬반 논란을 매듭지을지 여부다. 향약에 따라서 100명 이상 서명이 있으면 임시총회를 열어 재논의가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정마을회장은 토론회를 마치고 나서 “반대 측 주민들의 변화가 감지된다. 대통령 메시지와 공동체 회복사업에 대한 기대도 적지 않다. 투쟁도 좋지만 주민을 위한 다른 방법이 있다면 주민 동의를 얻어 재논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는 이용선 대통령시민사회수석이 18일 강정마을을 방문해 주민 의견 수렴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비공개로 진행한 당시 간담회에서 이 수석은 강정마을회에서 국제관함식 개최 반대 결정을 내리면 개최지를 변경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정마을회에 국제관함식 개최 여부를 맡긴 것이다. 마을회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뜻이지만 향후 찬반이 갈리는 정부 행사나 사업 개최와 관련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월 10일부터 14일까지 열리는 국제관함식에는 해외 70여 개국 관계자가 초청 대상이다. 외국에서도 함정 30여 척이 참가하며 해상사열식을 비롯해 국내외 함정 공개행사, 해군 심포지엄, 문화공연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행사 개최와 외국 함정 입항 등으로 130억 원가량의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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