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운 면허증으로 車 렌트… 10대 무면허운전 무방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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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이 확인하면 손님들이 짜증 내요.”

지난달 27일 만난 경기지역의 한 렌터카업체 직원 A 씨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A 씨는 “운전면허증 사진과 실물이 달라 보일 때가 꽤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까다롭게 확인하면 손님들이 귀찮아하거나 불만을 터뜨린다고 털어놨다. 결국 꼼꼼히 따져보지 못한 채 차량을 빌려줄 때가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일부 렌터카업체의 부실한 신원 확인은 위험천만한 10대 무면허 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1일 경기 안성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중고교생 4명이 숨진 경기 안성시 렌터카 교통사고 때도 정확한 신원 확인이 없었다. 조사 결과 사망한 운전자 안모 군(17·고교 3년)은 20대 남성의 운전면허증으로 K5 승용차를 빌렸다. 경찰은 이들이 분실된 면허증을 주워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면허증 주인은 평소 운전을 자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분실 후 신고하지 않았다.

경찰은 렌터카업체 대표(43)가 면허증 사진을 제대로 확인했는지를 조사 중이다. 숨진 학생들과 안면이 있었던 만큼 무면허인 걸 알고 빌려줬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운전면허증 위조와 사용도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검색하면 면허증 제작이 가능하다는 연락처를 수십 개 확인할 수 있다. 본보 기자가 한 업체에 문의하자 “사진만 보내주면 살아 있는 면허번호로 당일 제작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왔다. 이어 “오래전 제작된 면허증으로 위조하면 경찰도 사진을 확인할 수 없다”고 추가 설명까지 보냈다. 그러면서 위조 비용으로 70만 원을 요구했다.

2012년부터 5년간 10대의 무면허 교통사고는 총 5578건에 이른다. 사망자는 135명이다. 운전이 미숙하고 안전의식도 부족해 사고가 났다 하면 인명 피해가 크다.

최근에는 차량공유 서비스인 ‘카셰어링’이 10대 무면허 사고의 새로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대부분의 카셰어링 서비스는 별다른 절차 없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이용할 수 있다. 물론 앱 사용 전 휴대전화와 신용카드 번호 등 개인정보를 입력하는 인증 절차가 있다. 청소년 중에는 부모의 개인정보와 신용카드를 이용해 몰래 인증을 받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신원 확인 절차가 더 부실해졌다고 지적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벌점제를 도입해 무면허 청소년에게 여러 차례 차량을 빌려줬다가 적발될 경우 영업을 제한하는 등 적극적인 규제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문·홍채 인식 등 첨단 정보기술(IT)을 활용해 무면허 운전을 막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하지만 카셰어링업계의 한 관계자는 “민감한 개인정보를 회사가 소유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당장 도입은 어렵다”고 말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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