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입법권 미흡했던 대통령 개헌안… 국회 추진때 보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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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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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 먼 지방분권, 그래도 가야 할 길]<상> 지자체들 개헌 무산에 아쉬움

지난달 21일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가운데)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의 지방분권 관련 조항을 설명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지난달 21일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가운데)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의 지방분권 관련 조항을 설명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며 대통령과 중앙정부 권력에 대한 균형과 견제의 필요성이 커졌다. 지방분권도 그 하나였다. 그러나 6·13전국동시지방선거와 함께 개헌 국민투표를 치르려던 문재인 정부의 시도는 더불어민주당원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 여파로 물 건너갔다. 그럼에도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는 지방분권 강화야말로 도달해야 할 목표라고 보고 있다. 지방분권의 미래를 전망해 본다.》


6월 개헌 국민투표가 무산되면서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는 아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지난달 청와대가 국회에 제출한 대통령 개헌안이 지방분권 측면에서 현행 헌법보다 진일보했기 때문이다.

개헌안은 지자체를 지방정부로 명명하고 전문에 ‘자치와 분권 강화’를 적시했다. 또 △지방분권국가 지향 △자치조직권 부여 △자치행정권 강화 △자치재정권 보장 △지방자치권의 연원 명시 등도 담았다.

그럼에도 지자체와 지방의회는 제대로 된 지방분권이 되기에는 미흡한 측면이 있다고 강조한다. 앞으로 국회에서 개헌안을 논의할 때 보완해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강조하는 것은 자치입법권의 충분한 보장이다.

○ “상위법 위임 없어도 조례 제정할 수 있어야”

현행 헌법은 지방의회가 조례를 제정·개정할 때 ‘법령의 범위 안에서’라고 제한한다. 대통령 개헌안은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로 바꿔 지방의회 운신의 폭을 다소 넓혔다.

그러나 지방의회는 ‘다만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경우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법률이 위임하지 않으면 조례를 만들거나 의무를 부과하지 못하도록 해 자치입법을 가로막는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개정된 ‘서울시 건전한 음주문화 조성에 대한 조례’가 대표적 사례라는 것이다. 공원에서 볼썽사나운 행위를 하는 취객을 처벌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음주와 관련된 상위법에서는 처벌 근거를 찾지 못했다. 서울시의회는 경범죄 ‘소란’ 부분에서 근거를 간신히 찾았다. 과태료나 적용 범위가 초안보다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시의회 지방분권 태스크포스(TF) 단장인 신원철 의원(더불어민주당·서대문1)은 “다양한 주민 요구를 신속하게 반영하려면 조례의 실효성을 약화시키는 단서 조항을 없애고 자치법률 수준으로까지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법안 제출 권한까지 주장한다. 김광수 서울시의원(바른미래당·노원5)은 “대통령 개헌안에 국민의 법률안 제출권까지 인정하면서 지방정부의 법률안 제출권은 인정하지 않은 것은 모순”이라며 “지방자치에 대한 내용은 지방정부도 법률안을 제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헌법학계에서는 연방제 국가도 아닌 우리나라에서 지방정부에 법률안 구성 및 발의 권한을 주는 것은 어렵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방의회는 대통령 개헌안이 지방정부의 조직과 운영을 스스로 정할 수 있는 자치조직권을 규정한 것은 높게 평가하나 여전히 지방의회가 지방행정부를 견제할 권한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지방의회 측은 ‘지방정부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법률에 위임’하는 개헌안보다는 각각 수평적인 ‘지방의회법’ ‘지방행정부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 “지방분권의 길, 또 미뤄졌다”

각 지자체는 지방분권 개헌이 미뤄진 것이 아쉽다고 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너무 애석하고 안타깝다. 국가 발전이 더 늦어지는 셈이다. 권한과 예산이 지방에 전폭적으로 이양돼야 한다”고 말했다. 남궁영 충남도지사 권한대행도 “개헌을 통해 자치조직권이 주어지면 당장 군 문화엑스포 같은 대형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경남도 관계자는 “그동안 분권 개헌을 간절히 바라며 도내 18개 시군 순회 분권아카데미를 완료했는데 개헌 시기가 연기돼 아쉽다”며 “경남같이 기계나 조선업 등 지역산업이 어려워진 지자체는 현장에서 필요한 정책을 바로 수립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 자율성을 바탕으로 지역 맞춤형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재정분권이 시급한 과제란 뜻이다.

지방분권을 향한 열망은 여전하다. 정광선 전남도 자치인권담당관은 “연내 개헌 기대를 접지 않고 있다. 지방소비세와 소득세 확대, 지방교부세 상향은 국가 균형 발전 차원에서 꼭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지방분권#국회#대통령 개헌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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