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열기구 추락, 바람 많은 지역 특성 무시하고 허가…우려가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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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4월 12일 09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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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제주 서귀포에서 열기구 추락 사고가 일어나자,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11분 남원읍 신흥리 물영아리 오름 북쪽에서 13명이 타고 있던 열기구가 추락했다. 사고는 고사리 채취객이 목격해 신고했으며, 1명은 중상이고 나머지 12명은 경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에서 열기구 관광이 본격 상품화한 것은 1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아름다운 풍경으로 가득한 제주에서는 10여 년 전 부터 열기구 관광을 상품화 하려는 시도들이 있었지만, 바람이 많은 독특한 기상여건과 풍력발전소, 고압선 등이 많아 안전 문제에 부딪혔다.

그러다가 지난해 5월 3일 제주 관광업계 사상 최초로 항공레저업체인 A사가 3차례의 승인 불허 끝에 어렵게 허가를 받아내 제주시 구좌읍에서 첫 열기구 영업에 들어갔다. 이에 앞서도 계류식 열기구(열기구에 끈을 묶어 운항)관광이 있었으나 자유비행 열기구 관광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A사는 2015년 제주에 회사를 설립하고 열기구 관광 사업등록에 나섰지만 번번히 승인 불허 통보를 받았다. 제주에는 돌발적으로 바람이 거세게 불어 경로를 벗어날 수 있고, 인근에 풍력 발전기와 고압송전탑, 오름 등 자연 장애물이 있어 안전에 취약하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1999년 4월 열린 제주국제 열기구대회에 참가한 열기구 3대가 강풍에 밀려 목표지점을 벗어나면서 고압선에 걸려 추락한 사례가 있었다. 당시 열기구가 추락한 부근 야산에는 산불까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A업체는 이륙장의 범위를 좁히고 항로를 변경하는 등의 수정을 통해 4수 끝에 사업권을 따냈다. 문제는 열기구의 경우 비행기 처럼 별도로 이착륙을 돕는 기관 없이 열기구 조종사 자체적으로 운항 여부를 판단한다는 점이다. 운항시 탑승 인원 등에 대한 신고도 매번 하지 않아도 된다. 감독기관인 제주지방항공청은 정기적으로 안전점검을 할 뿐이다.

1999년 사고 당시에도 오전에 초속 20m의 강한 바람이 불었으나 오후 들어 풍속이 느려지자 2차 비행을 시도했다가 사고로 이어졌다. 이번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파악중에 있으나 강풍이 원인일 수 있다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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