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어 기생충 ‘쿠도아’ 식중독 원인물질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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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수입규제 강화 위해 日, 과학적 검증 없이 일방 지정
제주산 광어 對日수출 피해 심각

제주어류양식수협 연구실에서 어류 품질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제주대 등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광어에 있는 쿠도아가 식중독을 일으킨다는 근거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어류양식수협 제공
제주어류양식수협 연구실에서 어류 품질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제주대 등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광어에 있는 쿠도아가 식중독을 일으킨다는 근거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어류양식수협 제공

한국산 광어의 수입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일본 측이 식중독 원인물질로 지정한 ‘쿠도아’가 설사, 염증 등을 유발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어류양식수협은 제주대 수의대가 쿠도아 병원성 연구를 위해 쿠도아를 인체 세포에 감염시킨 결과 세포 손상이나 염증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3일 밝혔다. 쿠도아는 광어 근육에 기생하는 포자 형태 기생충으로 국제적 위생 기준이 없다. 일본은 한국에서 수입한 광어에서 검출한 쿠도아를 2012년부터 식중독 원인물질로 관리하고 있다.

○식중독 원인 근거 ‘미흡’

쿠도아는 크기가 100분의 1mm로 현미경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수의대 연구팀은 인체 소화 장기에서 추출한 세포에 쿠도아를 접종한 결과 설사 등을 일으키는 염증 반응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최근 국제학술지 ‘파라사이트’에 게재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식중독 원인이 워낙 광범위해서 쿠도아가 식중독 원인이 아니라고 단정하지 못하지만 장 세포에 염증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사실은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번 인체 세포 실험 이전에 제주대 수의대와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은 실험쥐에게 쿠도아를 투여한 실험에서 식중독 증상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의 최근 연구 논문에서도 쿠도아와 식중독 사고의 역학적 연관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쿠도아가 식중독 원인물질이란 과학적 근거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일본 측은 광어 수입을 규제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국이 2011년 3월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시작한 데 대한 대응 차원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2012년 4월 일본산 수입식품 방사성 세슘 기준을 강화하자 일본은 2개월 뒤 쿠도아 식중독 발생방지 대책을 수립하기도 했다. 이처럼 일본은 위생기준을 명목으로 대일 수출 자율관리지침을 요청하며 진입 장벽을 높였다.

○쿠도아 정책 변화 필요

일본이 식중독 원인물질을 핑계로 무역 장벽을 높이면서 쿠도아 검사 등에 연간 6억5000만 원을 투입하고 대일 수출 광어의 90%를 생산하는 제주지역 양어장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2011년 일본 수출은 4000t(5300만 달러)에 달했으나 지난해에는 2300t(3000만 달러)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쿠도아가 나온 40여 개 양어장은 지금도 광어를 수출하지 못하고 있다.

김수종 늘푸른수산 대표는 “일본에서 최고 수준의 광어라고 인정했는데, 갑자기 쿠도아 검출로 수출이 중단됐다. 너무 답답해 쿠도아가 있는 광어를 공무원 등 수십 명이 함께 시식했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쿠도아와 식중독의 역학적 관련성에 대한 과학적 타당성이 낮다는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쿠도아를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정책연구용역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어류양식수협 관계자는 “쿠도아에 따른 식중독 발생 근거가 부족하다”며 “쿠도아를 바라보는 관점이나 정책에 변화가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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