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별이 된 스티븐 호킹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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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아리스토텔레스, 뉴턴, 아인슈타인, 프로이트, 마르크스 등과 같은 시대에 살고 있다면 그 기분은 어떨까 하고 상상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도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그리고 스티븐 호킹과 동시대인임을 행복으로 여기고 싶습니다.

14일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1942∼2018·영국)이 76세를 일기로 삶을 마감했습니다. 그 자신이 연구 인생을 바친 우주 속으로 하나의 별이 되어 떠났습니다. 호킹 박사는 생전 칼 세이건(미국), 킵 손(미국) 등과 친밀히 교류했다고 하니 우주를 품은 천재 물리학자들의 대화는 얼마나 재미있었을까 궁금해집니다.

1966년 ‘확장하는 우주의 성질들’로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호킹은 1970년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이 예측한 블랙홀과 빅뱅의 존재를 수학적으로 증명했습니다. 5년 뒤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만 한다고 여겨졌던 블랙홀이 빛(전자기파)을 내뿜기도 한다는 ‘호킹 복사’ 이론을 발표합니다. ‘시간의 역사’(1988년), ‘호두껍질 속의 우주’(2001년) 등의 책을 내며 뉴턴과 아인슈타인의 계보를 잇는 이론 물리학자의 반열에 오릅니다. 아인슈타인이 태어난 3월 14일(1879년) 호킹이 영면에 들었으니 우연조차도 우주의 섭리 속에 있는 모양입니다.

호킹은 21세에 근위축성 측삭경화증(루게릭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뇌와 척수의 운동 세포가 파괴되어 머리조차 가눌 수 없는 치명적 장애를 딛고 이루어낸 업적이라 더욱 경이롭습니다. 그의 뇌 속에 그려진 우주는 컴퓨터 음성재생장치를 통해 윤곽을 드러냈습니다. 호킹은 “인생이 재미없다면 그것은 비극이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멀쩡한 몸으로 하루하루를 재미없게 사는 사람들에게 일침이 되는 말입니다.

불치의 장애를 가지고 어떻게 인생을 재미있게 살 수 있었을까요. 아마 공부하는 재미였을 겁니다. 미지의 세계를 알아가는 재미를 고스란히 느끼며 살았을 테니 행복했겠지요. 공부의 재미는 지적 호기심이 충만한 사람들이 갖는 특권입니다. 고대 그리스의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에서 부력의 원리를 발견하고 ‘유레카’라고 외치며 알몸으로 뛰쳐나왔다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얼마나 앎의 기쁨이 컸으면 그랬을까요. 관점과 호기심에 따라 공부가 짐이 될 수도 있고 재미있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공부의 재미에 푹 빠진 청소년들이 많을수록 교실에는 행복의 기운이 돌겠지요.

호킹은 “물리학과 수학은 우주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말해줄 수는 있지만 인간의 행동을 예측하는 데는 별 쓸모가 없다”고 했습니다. 인간이 빚어내는 세계는 인문학과 사회과학에 답이 있으니 통섭과 융합의 필요성을 넌지시 알려준 메시지라고 해석하고 싶습니다.

호킹의 삶은 우리를 성찰하게 합니다. “아무리 어려운 인생이라도 당신이 할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언제나 있다”는 말은 우리의 나태함을 깨우는 회초리입니다. 꿈을 잃고 현실에 안주하며 도전하지 않는 자들을 향해 호킹은 “당신 발을 내려다보지 말고 고개를 들어 별을 바라보라”고 질타합니다.

요즘 학생들은 물리학을 어렵다고 여기고 기피합니다. 전국 최고의 수재들이 물리학과로 몰려들었던 시절(1980년대∼1990년대 중반)이 아득합니다. 의대 선호 과잉 속에서 기초 과학의 재미에 빠져드는 미래 인재들을 학수고대합니다.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블랙홀#빅뱅#호킹 복사 이론#시간의 역사#루게릭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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