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檢 “김백준, 靑기념품 제작비 필요하다며 국정원에 돈 요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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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특활비 수사 급물살

김백준-김진모 영장심사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백준 전 
대통령총무기획관(왼쪽 사진)과 김진모 전 대통령민정2비서관이 16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김백준-김진모 영장심사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백준 전 대통령총무기획관(왼쪽 사진)과 김진모 전 대통령민정2비서관이 16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이명박 대통령 재임 당시 김주성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71)이 이 전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독대했다는 검찰 진술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상당히 빠르게 진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검찰은 이 진술을 들어 이 전 대통령이 측근들의 국정원 특활비 수수 사실을 알았다는 점과 위법성을 인식했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 측은 “있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며 독대 자체를 전면 부인했다.

○ 검찰, 영장심사에서 핵심 진술 공개

검찰은 16일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김백준 전 대통령총무기획관(78)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서 김 전 실장의 검찰 진술을 전격적으로 공개했다. 김 전 실장이 이 전 대통령을 독대한 것은 국정원이 2008년 청와대 야외 주차장에서 2억 원을 전달한 이후에 이뤄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코오롱 부회장을 지낸 김 전 실장은 코오롱 사장을 지낸 이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83)에게 발탁돼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이 됐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을 하던 2005년 김 전 실장을 세종문화회관 사장으로 임명했다. 또 대통령 취임 직후 김 전 실장에게 국정원 기조실장을 맡겼다.

검찰은 김 전 실장이 김희중 전 대통령제1부속실장(50)에게 이 전 대통령과의 독대를 요구했지만 성사되지 않자 류우익 당시 대통령실장(68)에게 요청한 것으로 보고 보강수사를 벌이고 있다.

국정원은 이어 2010년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67·구속 기소) 재임 시절 김 전 기획관에게 다시 2억 원을 전달하는데, 이때 김 전 기획관은 부하 직원을 보내 쇼핑백 2개에 5만 원권으로 2억 원을 받았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김 전 기획관은 국정원에 돈을 요구하면서 시계나 식기 등 청와대 기념품을 제작하는 데 필요하다고 이유를 댄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특활비를 실제로 전달한 국정원 전 예산관 2명도 소환해 대질신문을 했다.

하지만 김 전 기획관은 “넓은 야외 주차장에서 돈을 전달했다는데 시간과 구체적인 장소도 특정되지 않았다”며 “이 전 대통령이 관여했다는 것 역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부인하고 있다.

○ ‘민간인 불법사찰’ 직원 도우려고 특활비 받아

국정원에서 5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김진모 전 대통령민정2비서관(52)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영장심사에서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안가에서 돈을 받았다”는 검찰의 혐의 사실을 일부 시인했다. 김 전 비서관은 2011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자료를 삭제한 혐의(증거인멸 등)로 재판 중이던 장진수 전 주무관과 진경락 전 과장(51)의 생활고를 돕기 위해 국정원 돈을 받아 누군가에게 전달했다고 경위를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김 전 비서관은 동향 선배인 국정원 간부에게 전화해 돈을 줄 수 있는지 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전 비서관은 누군가의 지시로 특활비를 받아 제3자에게 전달했지만 지시자와 전달자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검찰에서 진술했다.

반면 검찰은 김 전 비서관이 받은 특활비에 대가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당시 인도네시아 대통령 방한 특사단이 묵고 있던 서울 롯데호텔에 국정원 직원이 잠입해 노트북을 뒤지다가 발각되자 원 전 원장에 대한 문책론이 불거졌고, 국정원이 이를 무마하기 위해 청와대 측에 돈을 건넸다는 것이다.

김 전 비서관 측은 “청와대에 인사비서관이 따로 있고 국정원장의 비위와 직무상 잘못에 대한 감찰도 공직비서관의 업무”라며 “국정원 돈을 받은 사실은 맞지만 개인적으로 착복하거나 쓸 의사가 없었기 때문에 횡령죄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 이 전 대통령 측 “짜맞추기 표적 수사”

이 전 대통령 측은 16일 ‘이명박 대통령 사무실’ 명의로 입장을 내 “우리가 내부적으로 점검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은 없었으며, 국정원 기조실장이 대통령을 독대해 이 같은 내용을 보고할 위치도 아니다”라며 전면 부인했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을 포토라인에 세우기 위한 표적 수사와 짜맞추기 수사이며 퇴행적인 정치공작으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검찰은 앞으로 이 전 대통령이 김 전 기획관과 공모했는지, 김 전 실장과 독대했는지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

허동준 hungry@donga.com·정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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