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화재 원인, ‘드라이비트(dryvit)’ 공법 때문? 발화 실험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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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12월 22일 0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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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필사의 탈출 21일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건물에서 큰불이 나 연기가 치솟는 가운데 창문으로 빠져나온  남성이 에어매트 위로 뛰어내리고 있다(왼쪽 사진). 건물 8층 창문으로 시뻘건 화염이 삐져나오고 건물 전체를 검은 연기가 휘감고  있다. 이날 화재로 29명이 숨졌다. YTN 캡처·인스타그램 동영상 캡처
사진=필사의 탈출 21일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건물에서 큰불이 나 연기가 치솟는 가운데 창문으로 빠져나온 남성이 에어매트 위로 뛰어내리고 있다(왼쪽 사진). 건물 8층 창문으로 시뻘건 화염이 삐져나오고 건물 전체를 검은 연기가 휘감고 있다. 이날 화재로 29명이 숨졌다. YTN 캡처·인스타그램 동영상 캡처
21일 화재 참사로 2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충북 제천시의 스포츠센터 8층 건물은 2015년 1월 화재로 5명이 숨진 경기 의정부시의 아파트처럼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지어진 건물이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스포츠센터 건물 화재는 이날 오후 3시 50분경 주차장에서 시작됐다. 이 불은 삽시간에 2~3층 대중목욕탕과 4~7층 헬스클럽, 8층의 레스토랑으로 번졌고, 2층에서 20명, 6~7층에서 9명이 질식사했다.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화재 발생 직전 주차장에서 인부들이 용접 등의 작업을 했다. 발화 상황을 목격한 상점 주인은 동아일보에 “1층 천장에서 작게 시작한 불이 5분도 안 돼 확 번지면서 건물 외벽을 타고 활활 타올랐다”고 말했다.

사진=희생자 가장 많이 나온 2층 스포츠센터 건물 화재가 진화된 21일 오후 9시 반경 2층 여자 목욕탕 통유리창이 처참하게 깨져 있다. 여자 목욕탕에서만 20명이 숨졌다. 제천=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사진=희생자 가장 많이 나온 2층 스포츠센터 건물 화재가 진화된 21일 오후 9시 반경 2층 여자 목욕탕 통유리창이 처참하게 깨져 있다. 여자 목욕탕에서만 20명이 숨졌다. 제천=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이 건물 외벽은 화재에 취약한 ‘드라이비트(dryvit)’ 공법으로 시공됐다. 건물 외벽에 우레탄폼이나 스티로폼을 바른 뒤 시멘트 모르타르 등을 발라 마무리하는 공법이다. 돌로 외벽을 공사할 때보다 비용이 50% 이상 저렴하고 공사 기간도 절반 정도 단축돼 건축주가 선호한다. 실제 숙박시설이나 웨딩홀 원룸 등 주거용보다 눈에 띄게 하려는 건물에 많이 쓰인다.

하지만 인화성이 크고 불에 타면 유독가스를 배출하는 물질로 구성돼 있다.


2010년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가로 3m, 세로 6m 외벽에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외장재를 시공해 벽 안쪽에 불을 붙여보니 불과 1분 30초 만에 외벽으로 옮아 붙었다. 이어 4분 만에 불은 외벽을 집어삼켜 화염이 6m까지 치솟으며 검은 유독가스를 내뿜었다.

2015년 1월 화재로 5명이 숨진 경기 의정부시의 아파트도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지어진 건물이었다. 당시 신현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불이 잘 붙어 맹독성 가스가 배출되며 화재 시엔 먼지가 대량 발생해 연기를 마시게 되면 폐에 손상을 가져올 수 있는 위험한 자재”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의정부 참사를 계기로 6층 이상 건축물에 불연(不燃) 또는 준불연 외부 마감재 사용을 의무화하도록 건축법을 개정했지만, 법 개정 전에 지은 건축물에는 적용되지 않아 실효성이 적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 스포츠센터 역시 2011년에 지어져 적용 대상이 아니다.

사진=동아일보
사진=동아일보

이번 제천시 참사는 외벽이 없는 1층을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필로티 구조(벽체를 없애고 기둥만으로 건물을 떠받치는 방식)의 건물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도 의정부 참사와 비슷하다.

건물 안에서 봤을 때 사방이 뚫린 필로티 구조에서 1층 출입구는 유일한 탈출구였지만, 1층 주차장에서 처음 난 것으로 보이는 불에서 나온 화염과 유독가스가 1층 출입구를 막았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1층 출입구는 사실상 외부 공기 유입구이자 화염을 건물 내부로 끌고 들어오는 입구 역할을 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1층이 막혀 있을 때보다 훨씬 많은 공기가 좁은 1층 출입구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는 식으로, 밀려 들어온 유독가스는 상당 시간 건물 안에 머물렀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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