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내과 교수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4명 사망, 수액 오염사고 가능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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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12월 19일 09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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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아 4명이 잇달아 숨진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로 17일 오후 병원 관계자가 들어가고 있다. 전날 오후 사고가 발생한 뒤 중환자실에 있던 신생아 12명은 다른 병원으로 옮겨지거나 퇴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미숙아 4명이 잇달아 숨진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로 17일 오후 병원 관계자가 들어가고 있다. 전날 오후 사고가 발생한 뒤 중환자실에 있던 신생아 12명은 다른 병원으로 옮겨지거나 퇴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서 1시간 21분 만에 잇따라 숨진 미숙아 4명 중 3명의 혈액에서 똑같은 항생제 내성 의심균인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된 가운데, ‘수액 오염사고’일 가능성이 높다고 감염내과 전문의가 지적했다.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수액을 공급하는 과정 중 어떤 일부분이 문제가 돼서 수액이 오염되고, 그 오염된 수액을 투여 받아서 아이들에게서 본격적으로 패혈증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숨진 신생아 3명의 혈액에서 검출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은 대장균 사촌 격이다. 이 교수는 “보통 대변 안에서 발견될 수 있는 그런 아주 일반적인 세균”이라며 “균이 대변 안에 있으면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요로감염이나 복막염을 일으킬 수 있고 패혈증을 일으키게 되면 상당히 위험한 균으로 돌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혈액에서 나왔다는 건 패혈증이 됐다는 얘기다. 패혈증은 대부분 국소감염이 심해져서 혈액까지 균이 침범하는 과정을 밟는데 그렇게 되면 아이들마다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상당한 시차를 두고 나빠진다. 하지만 이번 아이들의 경우 4명이 거의 동시에 나빠졌다. 이는 거의 동시에 세균이 아주 친숙한 형태로 패혈증을 일으켰다는 걸 반증하는 것”이라며 “공통된 어떤 것들에 의해 혈액 내로 균이 침범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즉 숨진 신생아들이 같은 경로로 세균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으며, 역학적인 연관관계로 봤을 때 수액 오염사고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것.

이 교수는 “중환자실에서 제일 걱정하는 감염 중 하나가 카테터 관련 감염들이다. 중환자실 환자들은 상태가 많이 나쁘기 때문에 중심정맥관으로 바로바로 약이 들어가야 하므로 혈관 안에 관을 하나 아예 집어넣은 상태로 지내게 된다”며 “이 때문에 산발적으로 이런 혈류감염들이 많이 발생한다. 중환자 치료를 위해서 불가피하게 카테터를 넣고 카테터의 조작 과정 중에서 균이 밀려들어가는 경우들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신생아들은 팔이나 다리에 있는 혈관들이 별로 발달이 안 돼 있기 때문에 심장 근처에 가는 혈관들을 잡아놓고 치료를 한다”며 “그런 카테터가 혈관 안에 들어가 있는 상태고 거기로 수액이 공급되다 보니까 수액 투여 과정에서 균이 들어가서 패혈증 일으키는 경우들이 꽤 보고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환자실 자체가 상태가 나쁜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기 때문에 중환자실을 아무리 관리를 잘한다 하더라도 일반 병동이나 외부 지역사회에서 나오는 균보다는 내성균이 많고, 균에 노출될 경우가 훨씬 더 많다”고 덧붙였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4명 사망 사고 후 해당 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던 아기 중 5명이 강남성심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교수는 이 아기들의 현재 상태에 대해 “중환자실 실장에 따르면, 아이들의 상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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