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 받으며 자란 아이, 커서 ‘데이트 폭력’ 저지를 위험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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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12월 7일 13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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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성경에는 ‘매를 아끼면 자식을 버린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매를 들수록 아이를 폭력적인 성향을 띠게 해 자식을 망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CNN은 6일(현지 시간) 미국 텍사스주립대 연구진에 의해 진행된 연구에서 어린 시절 훈육의 목적으로 엉덩이, 손바닥 등을 맞는 등 가벼운 체벌을 경험한 아이의 경우라도 이후 데이트 폭력을 저지를 위험이 크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텍사스주립대 의대 정신과 제프 템플 교수팀은 이러한 결과가 담긴 논문을 소아과 학술지 ‘The Journal of Pediatrics’를 통해 4일 발표했다.

해당 연구팀은 미국 텍사스 주 고등학교 9학년과 10학년에 해당하는 19~20세 청소년 758명을 대상으로 어린 시절 체벌 및 신체적 학대에 관한 경험을 묻는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전체 응답자 중 어린 시절 체벌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68%(498명), 최근 데이트 폭력을 저지른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19%(134명)로 집계됐다.

아울러 어린 시절 체벌을 경험한 이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데이트 폭력을 저지를 우려가 29% 높게 나타났다.

이는 연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성별, 인종, 나이 등 인구통계학적 변인을 제외한 결과로, 아동기 체벌 경험과 데이트 폭력 간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확인됐다.

연구 결과와 관련 연구진은 “우리의 연구는 눈에 띌 정도의 신체 타박상을 입거나 병원에 가는 것으로만 여겨지던 아동 학대를 통제할 수 있는 자료”라며 “매를 드는 것만으로도 이후 데이트 폭력을 저지를 위험을 예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여러 차례 어린 시절 폭력을 경험한 아이들이 커서도 폭력적인 성향을 띄는 경우가 많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온 바 있다.

지난 9월 캘리포니아 주 19세~97세 성인 약 8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어린 시절 체벌 경험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성인이 되었을 때 자살시도와 음주, 마약 복용 등을 할 위험이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번 결과는 어떠한 형태로든 아이를 때리는 신체적 체벌은 아이의 정신적 장애와 폭력적 성향을 유발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연구진은 “아이들에게 부모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며, 그들로부터 사람을 대하는 방법 등 사회적 규범을 배운다”며 “어린 시절 체벌은 사회적 규범을 배우는 아이들에게 사랑과 폭력의 경계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연구 결과에 보스턴대학 에일리 로스만 부교수 역시 “어린 시절 누군가로부터 직접적인 분노의 표현을 받은 경험은 이후 갈등의 순간에 공격적인 성향을 띠게 할 확률이 높다”며 “부모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은 아이들은 상황대처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유엔 아동 권리위원회는 신체적 체벌에 대해 “신체적 힘이 사용되어 어느 정도 고통이나 불편함을 유발할 수 있는 체벌의 정도”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위원회는 흔히 행해지는 엉덩이, 손바닥 등을 때리는 체벌 행위를 비롯해 털 뽑기, 물기, 머리카락 또는 귀 잡아당기기 등에 대해서도 신체적 체벌로 간주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대부분 주에서는 부모가 가정에서 훈육을 목적으로 아이를 앞서 말한 가벼운 체벌하는 것은 합법이다. 2016년 시카고 대학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아이들의 훈육을 위해 단호한 태도로 자녀를 체벌할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합니까?”라는 질문에 73.6%의 부모가 이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이러한 부모들의 인식처럼 가정에서 흔히 행해지고 있는 가벼운 체벌에 대해 조지 홀든 서던메소디스트 대학교 심리학 교수는 “한 두번의 체벌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실질적인 문제는 아이를 훈육하는 방법으로 주기적, 의도적으로 체벌을 가하는 부모의 경우다”라면서도 “한 두번의 체벌이 부모와 아이간 관계에 악영향을 끼치지는 않겠지만, 아이는 체벌 경험 자체를 기억하고 이에 분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도 가정에서 허용되는 체벌 범위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가벼운 체벌은 아이의 교육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소아과 의사 중 한 명인 오클라호마 주립대학교 로버트 교수는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사용되느냐에 따라 체벌을 통한 훈육은 효과적인 방법이 된다”라며 “특히 2~6세 아동의 경우 약한 방법으로 훈육이 되지 않을 경우 가벼운 체벌은 가장 탁월한 방법이라는 연구도 있다”고 반박했다.

로버트는 자신이 공동 연구원으로 참여해 올해 1월 발표된 참여한 논문 ‘Research on Disciplinary Spanking is Misleading’을 언급하며 가벼운 체벌은 장기적으로 아이의 성향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 뿐 아니라 약하고 부드러운 훈육에 따르지 않는 아이들의 도전적인 행동을 바로 잡는 데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모든 아동은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같은 체벌이라도 하더라도 아이에게 똑같은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고 밝히며, 불충분한 근거를 토대로 신체적 체벌을 무조건 배제하기 보다는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 넓은 범위의 비모욕적인 훈육 방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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