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하논분화구 복원사업’ 기대반 우려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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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2022년 습지보호지역 지정… 분화구 호수 복원해 관광자원 활용
전문가 “환경오염으로 생태계 교란”… 사유지매입 여부에 사업 좌우될 듯

하논분화구 시뮬레이션 하논분화구의 물길을 막아 과거 호수 모습으로 재현한 시뮬레이션. 제주도 제공
하논분화구 시뮬레이션 하논분화구의 물길을 막아 과거 호수 모습으로 재현한 시뮬레이션. 제주도 제공
국내 최대 규모이자 유일한 마르(maar·분화구가 주위에 비해 낮은 소형화산)형인 제주 서귀포시 하논분화구 복원 사업이 추진되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하논분화구는 5만 년 이상의 기후, 식생 정보 등이 담겨 있는 ‘생태계 타임캡슐’로 불린다. 그동안 분화구 복원 사업을 추진했으나 막대한 예산과 사유지 매입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번번이 좌절됐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지역공약사업에 포함된 이후 최근 재추진되면서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하논분화구는 서귀포시 호근동과 서홍동 경계지역 일대에 걸쳐 있으며 동서로 1.8km, 남북으로 1.3km에 이르는 타원형 화산체로서 분화구 바닥이 주변 지표면보다 낮다. 지하의 암석 조각이 분출해 화산체를 만든 것이 아니라 가스가 분출하면서 빠져나간 공간이 압력 차이로 내려앉아 만들어진 뒤 그 위에 퇴적물이 쌓여 현재의 형태를 갖췄다. 화산체의 중심에는 원형의 분화구가 형성됐고 내부에 소규모 화산체가 있는 이중 화산체이다. 화구륜을 포함한 면적은 81만 m²이다.

○ 화구호 복원으로 생태계 변화 우려


제주도는 내년부터 2022년까지 하논분화구 습지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해 복원, 보전하는 사업을 벌인다고 31일 밝혔다. 내년 6월까지 하논지구 도시관리계획 변경 용역과 주민의견 청취 절차를 거쳐 환경부에 하논분화구 습지보호지역 지정 신청을 한다. 460억 원을 투입해 분화구 내 사유지 등을 매입하고 분화구 호수인 화구호를 복원한다. 화구호를 옛 모습으로 재현하면 생태관광 자원으로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화구호 복원과 관련해 일부에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호수를 만들면 고대 식생을 확인하는 자료가 물에 잠기고 최근 하논에서 발견된 멸종위기 식물인 ‘물고사리’ 서식처도 사라지는 등 생태계가 변한다는 것이다. 서귀포시 한 생태 전문가는 “분화구를 막아 화구호를 재현하는 방법으로 탐방코스를 만드는 것이 과연 생태계 복원인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무허가 건물에서 나오는 하수와 오폐수, 감귤 과수원과 논에서 사용하는 농약 등에 따른 환경오염을 막아 습지를 복원하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 습지보호지역 지정이 관건


분화구 내부는 대부분 논이나 과수원 등 경작지로 이용되고 있고 분화구 사면 등에 농업용 창고와 비닐하우스 등 140여 개 시설물이 있다. 분화구 동북쪽의 용천수인 ‘몰망소’는 연중 물이 흐른다. 이 물은 수로를 따라 흐르다 천지연 상류 계곡의 물과 합쳐진다. 하논은 ‘논이 많다’는 뜻으로, 1500년대부터 벼농사를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학계에서는 타원형의 호수 형태였다가 벼농사를 위해 동남쪽 사면을 허물어 물길을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논분화구는 습지 퇴적층 연구를 통해 동북아의 고(古)기후 및 고생물을 분석하고 미래 기후를 예측하는 연구ㅍ의 최적지다. 서울대 연구팀은 2003년 습지 4∼5m 깊이에서 고기후를 판정하는 데 유용한 미기록 광물질인 남철석을 국내 최초로 발견해 발표하기도 했다.

서귀포시는 2004년 하논 생태숲 자원복원사업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4차례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2012년 제주에서 열린 세계자연보전총회(WCC)에서 의제로 채택돼 국가 차원의 복원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여전히 빛을 보지 못했다.

김양보 제주도 환경보전국장은 “하논분화구 복원 사업은 습지보호지역 지정과 사유지 매입 여부가 관건”이라며 “생태계 복원의 기념비적 장소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의견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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