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대교 옆 교량 명칭 싸움 “노량해전만큼 치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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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군 “제2남해대교로 불러야”… 하동군 “충무공대교가 바람직”
노량대교 등 중립적 명칭 제안도

내년 6월 완공 예정으로 노량해협에 건설 중인 새 교량의 웅장한 모습. 왼쪽 멀리 기존 남해대교가 작게 보인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 제공
내년 6월 완공 예정으로 노량해협에 건설 중인 새 교량의 웅장한 모습. 왼쪽 멀리 기존 남해대교가 작게 보인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 제공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노량해전에서 왜적을 무찌른 노량해협에 다시 전운이 감돈다.

남해대교 옆으로 건설 중인 다리 명칭을 놓고 경남 남해군과 하동군이 한 치 양보 없이 맞서고 있다. 인구가 4만8000명 안팎으로 비슷하고 같은 국회의원 선거구에 속하지만 남해군은 ‘제2남해대교’를, 하동군은 ‘충무공대교’를 고집하는 상황이다. ‘경쟁적’ 이웃인 두 군이 다리 이름 하나로 사이가 크게 벌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다리는 내년 6월 개통한다.

31일 경남도와 부산지방국토관리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한국국토정보공사(LX) 경남지역본부 5층 회의실에서 새 교량 명칭을 어떻게 할지 ‘경남도 지명위원회’가 열렸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박성재 경남도 도시교통국장이 주재했고 위원 10명이 참석해 부산국토청과 남해, 하동군 관계자가 설명했다. 경남도는 합의를 유도했지만 양측은 물론이고 위원들끼리도 의견이 엇갈렸다.

남해군은 “교량은 통상 섬의 명칭을 존중해왔고 남해대교를 대체, 보완하는 만큼 ‘제2남해대교’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설계와 공사 과정에서도 ‘제2남해대교’로 불렀다는 설명이다. 김금조 남해부군수는 “다른 명칭은 수용할 수 없다. 지역주민도 당연히 그렇게 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하동군은 “기존에 남해대교가 있는 데다 지역주민 가운데는 ‘하동대교’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지만 역사성과 상징성, 관광자원 활용성, 대외 인지도를 감안해 ‘충무공대교’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김대형 하동부군수는 “충무공 3대 대첩인 노량해전이 벌어졌던 곳이다. 이보다 더 상징적인 이름은 없다. 남해에도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폈다.

지역에서는 “‘제2남해대교’ ‘신(新)남해대교’ ‘충무공대교’도 설득력이 있지만 ‘노량대교’나 ‘노량승전대교’라는 중립적 명칭으로 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2003년 사천시 삼천포항과 남해군 창선면을 잇는 연륙·연도교 명칭을 놓고서도 사천시와 남해군이 ‘한려대교’ ‘이순신대교’ 등을 놓고 싸우다 ‘창선·삼천포대교’로 결정했다. 그러나 부르기 어렵고 인지도도 높이지 못했다는 여론이 많다.

공정 82%로 상판을 다 설치한 새 교량은 하동군 금남면 노량마을과 남해군 설천면 덕신리 감암마을을 연결하는 길이 990m, 왕복 4차로 현수교다. 남해대교에서 서쪽으로 400m 떨어진 육지에 세운 주탑 높이는 148.5m, 주탑과 주탑을 연결하는 주경간(主徑間)은 890m다. 주탑은 해협 반대쪽으로 8도가량 기울어진 국내 최초 경사(傾斜)주탑이다. 광양 쪽에서 보면 영어 알파벳 ‘V’처럼 보인다. 이순신 장군 승리(victory)의 바다를 상징한다.

경남도 지명위원회는 10일 다시 회의를 열어 단일안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교량 명칭은 국토지리정보원 국가지명위원회에서 최종 확정한다. 다리 준공식은 내년 지방선거 직후인 6월 하순 열릴 예정이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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