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태양광 보급사업 특혜 논란… 시민단체 출신이 이끄는 협동조합이 사업물량의 46% 차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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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에 실적요건 낮춰주고 전기면허 없이도 가능하게 해줘… 면허요건 있는 경기도는 조합 ‘0’
市 “공모 통해 선정… 선택은 주민 몫”

서울시가 2014년 시작한 ‘태양광 미니발전소’ 보급 사업에서 특정 시민단체 출신 인사가 이끄는 협동조합이 절반 가까운 물량을 점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선정한 보급 업체 가운데 주민이 골라 신청하면 집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해주는 사업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내건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의 핵심 수단으로 꼽힌다. 지금까지 보조금으로 투입된 예산만 200억 원이 넘는다.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달까지 서울 시내 아파트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기(베란다형)는 2만8325개. 박승옥 씨가 이사장인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햇빛발전)이 이 중 7097개를 맡았다. 노동운동과 에너지 시민운동을 한 박 이사장은 한겨레두레공제조합,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전태일기념사업회 등에서 일하며 박 시장과 인연을 쌓았다. 문치웅 현 서울시장 정무비서관도 햇빛발전 이사 출신이다. 햇빛발전 전신인 사단법인 서울시민햇빛발전소는 2012년 서울시와 신재생에너지 관련 업무협약을 맺고 시 산하 공공기관 태양광 발전기 설치 사업에도 참여했다.

지난해 보급 사업에 뛰어든 해드림협동조합(해드림)은 햇빛발전 이사 출신 박승록 대표가 분사해 2015년 설립했다. 박 대표는 한겨레두레공제조합 사무국장을 지냈다. 해드림은 발전기 설치 5951개로 햇빛발전에 이어 실적 2위다. 두 조합의 실적을 합치면 전체 보급량의 46%다. 허인회 전 열린우리당 청년위원장이 이사장인 녹색드림협동조합(3982개 보급)까지 더하면 세 조합이 전체 물량의 65%를 보급했다.

250∼260W(와트) 거치형 발전기 설치비용은 60만 원 안팎. 주민은 약 20만 원만 부담하고 나머지는 시에서 보급 업체에 지급한다. 현재까지 들어간 보조금은 206억 원. 올 들어 지난달까지 설치한 발전기 1만4979개 중 1만490개(73%)를 보급한 이들 조합은 올해 보조금 91억 원 중 약 66억 원을 가져간 셈이다.

조합 편중이라는 지적에 서울시는 “대표가 누군지 따지지 않고 매년 2월 일정 요건을 갖춘 업체를 공모로 선정한다. 선택은 주민의 몫”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격 요건은 조합 측에 유리하다. 일반 업체는 ‘과거 설치 실적’이 200개 이상이지만 협동조합은 20개 이상이면 된다. 전기공사업 면허가 없어도 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반(半)조립 상태의 집광판을 실외에 걸고 인버터, 계측기 등을 조립만 하면 되기 때문에 면허를 자격요건에 넣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햇빛발전은 임차료가 저렴한 서울혁신파크에 입주해 홍보 지원 등을 받고 있다. 한 일반 업체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시민단체 인사의 참여를 권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거치형 발전기는 협동조합 제품은 59만∼61만5000원이지만 일반 업체 제품은 63만∼68만 원이다. 주민 부담금도 19만∼28만 원으로 차이가 있다. 한 조합 관계자는 “협동조합은 일반 업체보다 고용구조가 상대적으로 유연해 인건비 등에서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유사한 태양광 발전기 사업을 벌이는 경기도의 보급 업체에 협동조합은 없다. 전기공사업 면허가 있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자격 요건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도 사업 안정성을 위해 전기공사업 면허 등을 요건에 넣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태양광#협동조합#태양광 미니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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