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코끼리, 쓰러지면 일으킬 장비 국내에 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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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10월 30일 11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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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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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물보호단체가 우리나라 동물원 코끼리 사육실태에 대해 조사한 결과, 코끼리들이 독방에 갇힌 사람처럼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운동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을위한행동’ 전채은 대표는 30일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 인터뷰에서 “모계중심으로 살고 자의식도 가지고 있는 코끼리는 동물원에 들어오는 과정에서 가족이 해체된다. 그래서 사회성이 좀 부족하고, 굉장히 좁고 시멘트 바닥으로 되어있는 곳에 많이 살다 보니까 운동 부족에 시달린다”라고 밝혔다. 전 대표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는 동물원 8곳에 19마리의 코끼리가 있다. 전 대표는 코끼리 사육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직접 한 동물원마다 5시간 정도씩 코끼리를 관찰했다고 밝혔다.

전 대표는 “실제로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아니고 땅을 파서 거기에서 모래목욕을 하거나 풀냄새를 맡거나 바위에다 배를 문질러보거나 이런 것들을 한다”며 “그게 어떤 것이냐면 독방에 사람이 갇히면 아무 것도 안 하고 미칠 것 같지만 나름대로 뭘 한다. 벽에 있는 무늬를 세어보거나, 창 밖에 새를 세어보는데 마치 그런 느낌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끼리가 굉장히 똑똑하고 자의식이 있는 동물이라서 무료함을 스스로 극복해 보려고 노력을 하는데 그 중간 중간에 정형행동(목적의식이 없는 행동)을 한다. 코끼리의 경우는 대부분 머리를 흔든다. 정형행동은 전 세계적으로 갇혀있는 동물들, 야생동물들에게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행동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사실 우리나라 동물원에서 음식은 굉장히 잘해준다. 못해주는 것은 아닌데 삶의 질이 풍부하지 않다 보니까 사회성이 고려되지 않아서 외롭고 무료하고 이런 것들이 만성적 질병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 대표는 “발에 상처가 많이 나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지금 예산이나 인력이나 훈련 같은 게 부족하기 때문에 만약 코끼리가 쓰러지면 일으킬 장비가 없다. 그래서 혈액 같은 것도 검사 못하고 이런 게 가장 큰 문제점이다”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전 대표는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변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동물원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그 사회의 문화가 보인다. 우리가 동물들을 좋아하고 키우기는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잘 해줘야 되는지에 대해서 논의가 안 되었고 또 그러다 보니까 어떤 동물에 대해서 일방적인 혐오 혹은 이기적인 애증만 계속 생겨난 것”이라며 “그래서 법이나 제도적 정비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지금부터 국민들끼리 서로 합리적으로 합의해 나가는 방식들을 계속 논의해 나가야 된다”라고 말했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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