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도심 속 진주시외버스터미널 이번엔 옮기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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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건립 후 낡아 이용객 불편… 주차장 비좁고 전통시장 가까워 혼잡
30년 넘게 이전 논의 번번이 백지화… 진주역 근처 복합터미널 내년 착공

경남 진주 시내에 위치한 진주시외버스터미널. 30여 년 전부터 이전이 추진됐으나 찬반 논란으로 진척이 없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경남 진주 시내에 위치한 진주시외버스터미널. 30여 년 전부터 이전이 추진됐으나 찬반 논란으로 진척이 없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이 눈치 저 눈치 다 보면 100년 가도 못 옮깁니다. 시장이 중심을 잡고 강하게 밀고 나가야지요.”

12일 오전 경남 진주시 남강로 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난 50대 택시 운전사는 진주시의 추진력 부족을 꼬집었다. 진주시외버스터미널 이전 문제를 놓고 시가 시외버스 업자와 인근 상인들의 목소리에만 신경 쓰느라 ‘조용한 다수’의 의견은 묻혔다는 얘기다. 토박이인 김성환 씨(57·사업)도 “어느 도심에 이렇게 낡고 오래된 ‘주차장’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남강 옆 진주시외버스터미널은 1974년 11월 현재의 6700m² 터에 들어섰다. 진주는 서부경남 중심 도시이자 교통 허브다. 운행 노선은 서울행을 포함해 40개에 이른다.

터미널 이전은 1980년대 중반 논의가 시작됐지만 아직도 제자리걸음이다.

두 차례 리모델링을 했지만 시설이 낡아 터미널 이용객은 불편하기만 하다. 버스가 대기하는 주차공간이 좁고 주변 기반시설도 부족하다. 50대 후반의 한 버스 운전사는 “진주보다 작은 사천시와 남해군도 시외터미널을 외곽으로 빼냈다”며 “주차장이 좁아 운행을 마친 버스가 터미널에 들어서기조차 어려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또 전통시장인 중앙시장, 지하상가와 가까워 장날과 주말, 명절이면 터미널 주변 교통체증은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다. 영업용 택시는 터미널 주변에 대기 공간이 없어 불법 주차를 일삼고 있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온 버스가 도심을 거쳐 터미널까지 가기도 만만찮다. 버스 출발 전 냉난방을 위해 엔진을 켜두고 있어 매연 공해도 심하다. 도심 개발을 위해서라도 이전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는 게 중론이다.

택시 운전사 조모 씨(60)는 “터미널 이전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이냐”며 “이전을 반대하는 상인이나 우유부단한 역대 시장 모두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주시는 1984년 상대동 준(準)공업지역 5만6000m²를 터미널 이전 예정지로 구상했다. 그러나 진척을 보지 못하고 백지화됐다. 우여곡절 끝에 개양 오거리 인근 동부로(가좌동) 8만6700m²를 복합터미널 터로 지정했다. 진주역 근처로 시외버스터미널은 물론이고 동진로(칠암동)에 있는 고속버스터미널도 모아 환승하기 쉽게 한다는 계획이다. 민간사업자는 STS개발㈜이다. 보상비를 포함해 2296억 원을 들여 내년 5월 착공해 2020년 완공할 계획이다. 경남도의 도시개발예정지구 승인이 나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전 반대 목소리는 여전하다. 시외버스터미널 벽면에는 ‘시외버스터미널 개양 이전! 원(原)도심 황폐화되고 전통시장 다 죽는다’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인근 상인들이 구성한 이전반대 대책위원회는 “혁신도시에 롯데몰이 입주해 힘들어진 전통시장 상인들이 더 어렵게 되고 기존 상권도 무너진다”고 주장했다. 운수업체들도 수익성 저하를 우려해 터미널 이전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주시 관계자는 “터미널 이전 의지는 확고하다”며 “기존 터미널 활용 계획을 마련하고 원도심 재생사업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3연임을 노리는 이창희 진주시장
(65)이 시험대에 섰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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