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릿대 베어낸 주변엔 산철쭉과 진달래 ‘쑥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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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조릿대 벌채현장 가보니…

한라산 백록담이 한눈에 들어오는 장구목 일대에서 제주조릿대가 제거된 현장을 탐방객이 살펴보고 있다. 제주조릿대를 베어내자 고사 상태였던 산철쭉과 털진달래 하단부에서 새순이 돋는 등 종(種)다양성이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한라산 백록담이 한눈에 들어오는 장구목 일대에서 제주조릿대가 제거된 현장을 탐방객이 살펴보고 있다. 제주조릿대를 베어내자 고사 상태였던 산철쭉과 털진달래 하단부에서 새순이 돋는 등 종(種)다양성이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27일 오후 한라산 해발 1750m 장구목 일대. ‘제주조릿대’를 베어낸 주변에 산철쭉과 털진달래가 밑동까지 온전한 모습을 보였다. 봄이면 한라산을 붉게 물들이는 산철쭉과 털진달래의 하단부에서 새순이 생겨났다. 바닥에서는 호장근이 새싹을 피웠고 중국 진시황이 구하려고 했던 불로초로 소문난 시로미는 영역을 확장하려는 듯 바위를 덮었다. 제주조릿대를 제거하자 고사 상태에 몰렸던 다양한 식물 생태계가 되살아났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지난해 7월 한라산 제주조릿대 관리방안 연구를 위해 장구목 일대 1만 m²에서 제주조릿대를 제거했다. 당시 산철쭉 3993그루의 40%, 털진달래 158그루의 89%가 생육 불량이거나 말라죽는 등 심각한 상황에 있었다. 제주조릿대를 제거한 지 1년 만에 산철쭉과 털진달래 생육이 회복 기미를 보였고 은분취, 제주양지꽃, 흰그늘용담 등 14종이 새로 터를 잡았다.

세계유산본부는 인위적인 제주조릿대 제거작업과 함께 해발 1600m 만세동산 일대에서 말을 방목했다. 지난해 7월부터 10월 초순까지 1만 m²에 말 4마리를 풀어 놓은 데 이어 올 6월부터 방목 말을 10마리로 늘려 제주조릿대를 먹이로 썼다. 철조망을 둘러친 말 방목지는 누렇게 변한 반면 제주조릿대가 있는 곳은 여전히 푸른색을 띠어 대조가 됐다. 말 한 마리당 하루에 15.9kg의 제주조릿대를 먹어치웠고 식물종은 36종에서 방목 이후 44종으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초 방목을 9월 말까지 할 예정이었으나 먹이인 제주조릿대가 없어서 이달 말까지만 방목을 한다.

제주조릿대가 번성한 것은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높아진 데다 조릿대를 먹어치우던 소와 말의 방목이 1980년대 중반부터 금지됐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제주조릿대를 억제하기 위해서 말 방목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고 이번에 시범 방목을 한 것이다. 제주조릿대는 약 30년 전까지 해발 600∼1400m에 드문드문 있었지만 지금은 국립공원 153.3km²의 90%에까지 분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과거 등산로였다가 붕괴 위험 등으로 출입이 통제된 백록담 서북벽 주변까지 영역이 넓어져 고산 희귀식물의 서식처인 백록담 분화구도 제주조릿대로 덮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벼과에 속하는 외떡잎식물인 제주조릿대는 줄기뿌리가 땅을 단단히 움켜쥐면서 번식하기 때문에 다른 식물이 자라기 힘들다. 제주도의 조사 결과 제주조릿대가 점령한 지역에서는 시로미와 섬바위장대, 한라고들빼기, 백리향 등 특산식물을 보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조릿대 관리 방안 연구는 제주도와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 등이 환경부 예산 17억5000만 원을 받아 2020년까지 수행한다. 제주조릿대 벌채와 말 방목에 따른 생육과 식생변화, 토양 및 지형 영향 등을 규명한다. 올해 장구목 7000m², 영실 선작지왓 5000m² 등 1만8000m²에서 제주조릿대를 추가로 베어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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