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달걀’ 파문, 농가서 준비한 달걀로 전수조사? 신뢰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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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8월 17일 10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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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달걀 파문/사진=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살충제 달걀 파문/사진=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살충제 달걀’ 파문이 확산하자 정부가 전국의 산란계 사육 농가를 대상으로 살충제 전수조사를 실시 중인 가운데, 전수조사에도 허점이 많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산란계 농장주 A 씨는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관련 부처 담당 직원이) 전수조사를 나오는 게 아니라 닭농가에서 모아준 계란을 한 번에 싣고 가서 조사하는것 ”이라고 전했다. 얼마든지 바꿔치기가 가능하다는 설명.

A 씨는 전수조사 소식을 듣고 단기간에 조사가 가능할 것인지 의아했다며 “그래서 담당 직원들이 조사 나올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담당 직원들은 오지 않고 마을 대표가 계란 한 판씩 가지고 마을회관으로 오라더라”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어제 살충제를 쳤는데 오늘 계란 갖다 달라하면 우리 계란을 순순히 갖다 주겠느냐. 계란이 수집되는 과정에서 다른 농가의 계란을 빌려와서 준다고 해도 전혀 검증이 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날 오전 5시 기준 검사 대상 1239개 농가 중 876개 농가의 검사를 완료했고 23곳이 추가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살충제 성분이 초과 검출된 곳은 총 29곳이다.

그러나 A 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지금까지 이뤄진 전수조사 결과의 신뢰성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무작위 샘플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것이 아니라 농장에서 준비해둔 계란으로 검사가 진행됐을 수도 있기 때문.

A 씨는 살충제를 뿌릴 때 방독면을 착용해야 할 만큼 독성이 매우 강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3년 전쯤 닭장 속이 온통 닭진드기로 가득해 살충제를 치게 됐는데 화생방 훈련 받을 때 쓰는 방독면 같은 걸 주더라”며 “이걸 왜 써야 하냐고 물어보니까 안 쓰면 구토가 나고 눈, 코, 입이 쓰리라고 거북해 며칠간 고생한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A 씨는 “그때 와구모(닭 진드기) 살충제에 대해서 알게 됐고 한두 달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친 것으로 기억한다”며 “한 번 칠 때 샤워하다시피 닭과 닭장에도 뿌리고 사료통, 물통 다 그냥 다 뿌린다”라고 밝혔다.

A 씨는 닭장이 다 붙어있고 3만 마리가 넘는 닭이 닭장 속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살충제를 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설명하며 “저희는 피프로닐, 비펜트린 그런 거는 일단 모른다. 잘 잡히는 게 최고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냥 효과가 좋다고 하니까 쓴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 유일한 대안이 그거(살충제) 치는 거였고, 약 치면 내가 직접 키워도 몸에 안 좋다는 걸 알기 때문에 며칠 동안 계란을 못 먹었다”라고 털어놓았다.

또 “몇 만 마리 되는 닭들을 닭장 밖으로 끄집어내고 약을 치고 다시 그걸 다 안으로 집어넣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그걸 다 끄집어내고 치면 1년 내내 그것만 해도 시간이 부족하다”라고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A씨는수 많은 닭이 닭장 안에 있는 상태에서 살충제를 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강조하며 친환경 살충제를 개발과 농가지원이 시급하다고 당부했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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