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老케어 11월부터 부양의무제 제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65세이상 자녀의 소득 안따지고 부모 노인 기초수급자 지정 가능
중증 장애자녀 둔 노인가정도 적용… 추경 490억 반영… 4만가구 혜택

‘자녀 노인’이 90세 전후의 ‘부모 노인’을 돌보거나, 노인이 중증장애인 자녀를 부양하면 올해 11월부터는 부양의무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보건복지부는 “21일 국회를 통과한 추가경정예산에 국민기초생활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일부 완화하는 용도의 예산 490억 원이 포함됐다”며 “11월부터 노인과 중증장애인의 부양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23일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는 65세 노인이라도 소득인정액이 일정 기준(월 513만 원·4인 가구 기준)을 넘으면 자신의 부모 노인 혹은 중증장애인 자녀는 아무리 생활이 어려워도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없다. 사회 고령화로 노노(老老) 부양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90∼100세 전후의 노인 부모가 가난해도 65세 이상의 노인인 자녀가 일정 정도의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국가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11월부터는 65세 이상 노인의 소득을 따지지 않고 이들의 부모 노인이나 중증장애인 자녀의 소득만 따져 기준(1인 가구 49만5879원 미만)에 부합되면 기초생활수급자가 된다. 이에 해당하는 4만1000가구가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부모와 자녀가 모두 중증장애인(1∼3급 장애 판정)이거나 중증장애 자녀를 둔 노인가정도 이번 조치의 적용을 받는다.

다만 모든 이에게 적용되는 건 아니다. 부양의무자인 노인, 중증장애인의 소득수준은 소득하위 70%여야 한다. 넉넉한 재산이 있는 노인과 중증장애인은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현행 제도 때문에 117만 명가량이 지원을 받지 못하는 현실에 비춰 보면 구제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정 기준 이상의 소득이 있는 부양가족이 있으면 기초생활보장 지원을 받을 수 없어 부양의무자 기준이 복지 사각지대를 양산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는 우선 내년부터 생계, 의료, 주거, 교육 등 4가지 기초생활급여 중 주거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한다. 약 57만 가구가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주거지 지원 대상이 되면 3∼7년 주기로 집 수리 혜택을 본다. 세입자에게는 가족 수를 고려해 임차료 일부를 지원한다. 생계와 의료급여는 2019년부터 부양의무자가 노인, 중증장애인 등 취약 가구인 경우에만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복지부 양동교 기초생활보장과장은 “당초 올해 추경예산 계획에 없었지만 저소득층의 노-노 부양이나 중증장애인에 대한 지원이 시급해 예산을 먼저 편성했다”며 “그 외 부양의무제 단계적 폐지의 큰 틀은 기존 발표대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특정 계층에 혜택을 주는 방식보단 고령화를 고려해 노인 가구 재산 기준을 대폭 낮추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 부양의무제 ::

생계 의료 주거 교육급여 등으로 최저한의 생활수준을 보장해주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으려면 부모, 자녀, 며느리, 사위 등 민법상 부양의무자의 소득인정액(소득과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합산)이 일정 기준(4인 가구 기준 월 513만 원) 이하여야 한다. 부양의무자가 이보다 많은 돈을 벌면 수급이 제한된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부양의무제#기초생활보장제도#노노케어#고령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