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지금 음식물쓰레기와의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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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관광객 늘어나 처리용량 초과… 악취로 매립장 인근 주민들 반발
신규 대규모 점포-관광숙박업소… 7월부터 감량기 설치 의무화

제주의 한 음식점에서 음식물쓰레기 건조기로 간편하게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다. 규모가 있는 식당과 호텔 등에서는 음식물쓰레기를 자체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감량기 등을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의 한 음식점에서 음식물쓰레기 건조기로 간편하게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다. 규모가 있는 식당과 호텔 등에서는 음식물쓰레기를 자체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감량기 등을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11일 오후 제주시 노형동 P음식점. 돼지고기 구이와 찌개류를 파는 곳이다. 점심 손님이 빠져 나가고 난 뒤 음식물쓰레기가 수북이 쌓였다. 종업원은 별다른 처리 과정 없이 음식물쓰레기를 정문 옆에 설치한 음식물건조기에 담았다. 7, 8시간이 지나자 음식물쓰레기는 커피를 내리고 난 뒤 생기는 찌꺼기처럼 바짝 마른 흑갈색의 모래 형태로 나왔다. 인근 주민은 “화분이나 밭에 뿌리는 거름으로 최고”라고 말했다.

이 음식점은 제조업체의 지원을 받아 하루 최대 99kg까지 처리할 수 있는 음식물건조기를 시범 설치했다. 음식물건조기는 악취 제거와 멸균 처리는 물론 무인운전으로 가동이 가능하다. 음식점 사장 강모 씨(48)는 “주방에서 나오는 음식물쓰레기는 악취가 나고 벌레가 많이 생기는 등 항상 골칫거리였다”며 “음식물건조기를 사용한 뒤부터 깨끗하게 처리돼 음식물쓰레기에서 해방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제주에서 음식물쓰레기를 다량으로 배출하는 업소는 이 같은 음식물쓰레기 감량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제주도 음식물류 폐기물의 발생 억제, 수집·운반 및 재활용에 관한 조례’에 따른 것이다. 신규 대규모 점포와 관광숙박업소는 7월 1일부터 적용되고 기존 업체는 올해 말까지 설치해야 한다. 신규 집단급식소는 내년 1월 1일부터, 기존 업소는 내년 말까지다. 식품접객업(음식점) 가운데 면적 330m² 이상은 2018년, 200∼330m² 미만은 2019년부터 적용된다.

제주도는 사업장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억 원을 들여 ‘음식물류 폐기물 감량기 보조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보조사업자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사회복지시설 85곳, 일반음식점 62곳, 공동주택 1곳 등 148곳을 지원 대상으로 선정했다. 음식물쓰레기 감량사업을 놓고 업체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처리 방식은 크게 건조, 미생물 발효 등 두 가지다. 업체마다 장점을 내세우며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제주지역 음식물쓰레기 문제는 인구와 관광객 증가 등으로 포화 상태를 넘어섰다. 제주시 봉개매립장의 하루 음식물쓰레기 처리 능력은 110t이지만 40t 초과된 150t이 매일 반입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음식물 90t(60%)을 발효 처리하고 나머지 60t(40%)은 미생물제를 뿌린 뒤 매립하지만 염분을 제거하기 위해 수분을 짜내는 과정에서 상당량의 침출수와 이물질이 나온다.

음식물쓰레기에 미생물제를 투입하는 과정에서 악취와 수증기가 발생해 700m 떨어진 봉개동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지속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음식물쓰레기는 계속 밀려드는데 발효시킬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서귀포시 지역에서도 색달매립장 처리 용량이 하루 46t인 데 비해 반입량은 64.7t으로 24.7t이 제대로 처리되지 못한 채 그대로 매립되고 있다.

음식물쓰레기 관련 업계 관계자는 “매립으로는 음식물쓰레기 처리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자원 재활용 방식의 신기술을 적용해야 한다”며 “시범사업을 통해 효과가 높은 기술을 신속히 적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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