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약한 소나무숲 많고 바람 강해 피해 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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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동해안 대형산불 이유는
간성~양양, 양양~강릉 국지성 강풍… 방향도 수시로 변해 진화 어려워

6일 강원 강릉시 성산면과 삼척시 도계읍에서 발생한 산불은 짧은 시간에 급속히 번져 피해를 키웠다. 특히 강릉에서는 산불 방향이 시가지를 향하면서 한때 시 전역이 연기로 가득 차고 외부로 연결되는 도로가 대부분 통제돼 주민과 관광객들이 극도의 공포감에 빠졌다.

동해안 일대의 산불은 한번 발생하면 대형 피해로 이어진다. 1996년 고성, 1998년 강릉 사천, 2000년 동해안, 2004년 속초 강릉 등에 이어 2005년에는 양양 산불로 천년고찰 낙산사가 불에 탔다. 올해도 3월 9, 10일 강릉시 옥계면에서 발생한 산불로 산림 75ha가 잿더미가 됐다.

강원도에서 대형 산불이 잦은 이유는 면적의 82%를 산림이 차지하는 지형적 특성 탓이다. 또 동해안 지역에는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 단순림이 많고 봄철마다 이 지역에 부는 ‘양간지풍(襄杆之風)’과 ‘양강지풍(襄江之風)’이라는 특이한 기상 현상도 원인으로 꼽힌다. 양간지풍은 양양과 간성 사이에, 양강지풍은 양양과 강릉 사이에 부는 초속 20∼30m의 국지적 강풍을 의미한다.

서쪽에서 불어온 바람이 백두대간을 넘는 순간 압력이 높아져 강풍으로 변하는 것이다. 이 정도 바람이 불면 도로변 신호등이 흔들리고 사람이 제대로 서 있기 힘들 정도다. 이들 바람은 세기도 그렇지만 방향도 수시로 바뀌어 산불이 발생하면 어디로 번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6일 강릉 산불이 도심 방향으로 번질 때도 순간최대풍속 초속 21∼24m의 강풍이 불었다. 산림청 관계자는 “낮과 밤의 풍향이 급격히 바뀌고 백두대간 주변 계곡에서 돌풍도 자주 불어 헬기가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아 다른 지역에 비해 진화도 힘들다”고 밝혔다.

강릉=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산불#동해#강릉#강원도#화재#바람#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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