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수돗물 수질 직접 확인하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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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맞은 ‘아리수 품질확인제’

지난달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를 방문한 서울시 아리수 품질관리원이 주방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수돗물의 산성도를 검사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지난달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를 방문한 서울시 아리수 품질관리원이 주방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수돗물의 산성도를 검사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정수장 물 상태 그대로 온다고 보시고 안심하고 드세요.”

지난달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에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소속 아리수 품질관리원 안황성 씨(51)와 박수현 씨(46)가 등장했다. 부엌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수돗물이 얼마나 깨끗한지 검사하기 위해서다. 지은 지 10년도 안 된 아파트지만 평소 주민들은 수돗물을 그냥 먹지 않았다. 정수장에서는 맑았을지라도 ‘먼 길’을 거쳐 ‘우리 집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에는 세균이나 이물질이 많을 것이란 걱정이 많았다. 수돗물 ‘냄새’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에 정수기로 거른 물을 다시 끓여 차로 마시곤 했다.

그러나 검사 결과는 ‘음용(飮用) 적합’이었다. 품질관리원들은 수돗물 한 컵을 받아 시험관에 담은 뒤 네 가지 특수 측정기에 나눠 넣었다. 탁도(濁度)와 잔류 염소, 산성도(pH), 철, 구리 등 다섯 항목을 검사하는 기기다. 검사는 3분 만에 끝났다. 물의 맑은 정도를 나타내는 탁도는 기준치의 절반 수준, 수도관의 노후 상태를 보여주는 철과 구리 농도는 각각 0mg과 0.01mg으로 기준치를 훨씬 밑돌았다. pH는 7.3으로 마시기에 적절한 약알칼리성이었다. 특히 살균 역할을 하지만 특유의 수돗물 냄새를 내는 염소의 농도는 기준치가 L당 4.0mg인데 검사치는 L당 0.11mg에 불과했다.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살균에 충분한 기준치(0.1mg 이상)를 지키면서 좋은 맛을 내기 위해 농도를 최소한으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수돗물 맛이 어색하다”는 주민 의견에 안 씨는 수돗물을 그냥 마시기보다 물통에 받아 냉장고에 보관하며 마시면 청량한 느낌이 난다는 팁(tip)을 줬다.

수돗물 품질 검사에 쓰는 도구. 왼쪽부터 산성도, 철·구리, 잔류 염소, 탁도 측정기.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수돗물 품질 검사에 쓰는 도구. 왼쪽부터 산성도, 철·구리, 잔류 염소, 탁도 측정기.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시가 아리수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2008년 도입한 품질확인제는 올해 10년 차를 맞았다. 지난해까지 검사한 곳은 총 90만여 곳에 이른다. 서울시가 ‘뉴딜 일자리’ 중 하나로 고용한 품질관리원 160명이 50시간의 교육을 받은 뒤 2인 1조로 방문해 검사한다.

검사를 받은 가구의 99.7%가량은 5가지 항목 모두에서 합격점을 받는다. 사실상 서울 시내 건물에서 나오는 수돗물은 대부분 그냥 마셔도 안전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여전히 수돗물을 바로 마시는 음용률은 2013년 기준으로 4.9%에 불과하다. 염소 냄새가 나거나 녹물이 나올 것이란 우려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아파트 주민들은 수돗물이 공용 물탱크를 한 번 거쳐서 오염될 확률이 더 높다고 걱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1994년 4월 이후 만들어진 건물의 상수도관은 물이 새거나 녹슬지 않는 내식성 재료로 만들어졌다고 서울시는 설명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녹물을 걱정해 수도꼭지에 녹물필터를 다는 가정이 많지만 교체 주기를 지키지 않으면 오히려 물을 오염시킬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검사 결과 하나라도 부적합한 수치가 나오면 본부에 수돗물 샘플을 보내 정밀검사를 실시하고 해결 방법을 알려준다. 아파트라면 물탱크 수위를 낮추거나 아예 새것으로 교체하도록 안내한다. 1994년 4월 이전에 지어 비(非)내식성 급수관을 사용한 노후 건물에는 급수관 교체 공사비도 지원한다.

서울시는 어렸을 때부터 수돗물을 직접 마시는 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올해 서울 시내 모든 초중고교 건물에 아리수 음수대를 설치할 예정이다. 아리수 품질확인제는 매년 3월부터 10월까지 120 다산콜센터 또는 인터넷(arisu.seoul.go.kr)으로 신청하면 무료로 검사를 받을 수 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수돗물#아리수 품질확인제#수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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