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비슷 뇌수막염, 영유아 주의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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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세계 뇌수막염의 날’
국내서 매년 1만7000명 발병… 60%가 10세 미만… 5∼8월 집중
증상후 24시간 지나면 사망률 높아

직장인 이모 씨(39·서울 마포구)는 최근 유치원에 다니는 자녀가 체온이 38도 이상으로 오르고 “머리가 아프다”고 하소연했지만 단순한 ‘감기’라고 생각했다. 아이에게 감기약을 먹이고 따듯한 물을 자주 마시게 했다. 하지만 증세가 악화돼 병원에 가보니 ‘뇌수막염’이란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이라 다행”이라며 “세균성 뇌수막염이면 큰일 날 뻔했다”고 말했다.

뇌수막염은 뇌를 둘러싼 얇은 막(수막)에 바이러스나 세균이 침투해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고열과 두통 등 증세가 감기와 유사해 치료 시기를 종종 놓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아동이 생명을 잃는 경우도 있다. 세계 의학계가 2009년부터 오늘(24일)을 ‘뇌수막염의 날’로 지정한 이유다.

국내에서도 매해 1만7000명가량 뇌수막염 환자가 발생한다. 2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바이러스성 뇌수막염 환자는 2011년 1만3614명에서 2012년 1만6988명으로 24.8% 증가한 후 2014년을 제외하고 매년 1만6000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했다. 주로 ‘콕사키바이러스’ ‘엔테로바이러스’ 등 장 바이러스에 의해 5∼8월에 많이 발생했다. 환자의 59.3%(9605명·2015년 기준)가 10세 미만이었다. 대부분 7∼10일 정도의 치료면 회복되지만 자칫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세균성 뇌수막염. 전체 뇌수막염의 10%가량을 차지하는 세균성 뇌수막염은 초기 증상이 바이러스성 뇌수막염과 유사하지만 폐렴구균, 수막구균, 대장균 등 세균으로 염증이 생기는 탓에 치사율이 10∼15%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한 해 1000∼1300명가량 환자가 발생한다. 특히 수막구균 뇌수막염은 첫 증상 후 24시간 이내에 10명 중 1명이 사망한다. 생존자 5명 중 1명은 청각장애, 괴사로 인한 사지절단 등 심각한 후유증이 남는다.

뇌수막염은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뇌수막염은 침, 콧물, 가래, 분변에 접촉하거나 이에 오염된 물건으로 전염된다. 아동은 면역력이 약한 데다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등에서 단체생활을 하는 탓에 전염되기 쉽다. 따라서 손과 발을 자주 씻기는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야 한다.

뇌수막염 증상이 의심되면 병원에 가서 뇌척수액 검사를 받아야 한다. 바이러스성과 세균성을 감별한 후 세균성은 적절한 항생제 치료를 받아야 사망을 피할 수 있다. 세균성 뇌수막염 백신 중 Hib(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백신은 전국 보건소에서 무료로 맞을 수 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뇌수막염#영유아#세계 뇌수막염의 날#사망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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