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교사 일제 강제징용 회고록 일본어판 출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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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업 씨 ‘사지를 넘어 귀향까지’

일제 강제징용을 생생하게 고발한 한 퇴직 교사의 회고록이 일본어판으로 출판됐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지난해 출판된 이상업 씨(89)의 일제 강제징용 수기 ‘사지를 넘어 귀향까지’의 일본어판이 나왔다고 4일 밝혔다. 일본어판 출판은 군함도 등 일제 강제징용 시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직후 일본 정부는 ‘조선인들에 대한 징용은 있었지만 강제노동은 아니었다’라고 주장하는 것을 감안해 정확한 실상을 현지 사회에 알릴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이뤄졌다.

이 씨는 1943년 11월 강제징용에 끌려갔다. 당시 그의 나이는 15세. 일제가 제정한 징용령에 의하면 만 17세 이상 남자에 한해 노무자로 동원하도록 했지만 이 규정조차 무시됐다. 그가 끌려간 일본 후쿠오카(福岡) 현 가미야마다 탄광은 2015년 7월 유네스코 산업유산으로 등록된 하시마(端島) 섬(일명 군함도)과 같은 미쓰비시광업 소속이었다. 가미야마다 탄광에는 1939년부터 5년 동안 조선인 2587명이 끌려와 44명이 사망했다.

그의 탄광 생활은 한마디로 지옥이었다. 그는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지하 1500m 막장에서 하루 15시간의 중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동료들의 무참한 죽음을 연이어 목격한 소년은 탈출을 결심했다. 그러나 두 차례 탈출 시도는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고 그때마다 초주검이 됐다.

세 번째 시도 끝에 마침내 탈출에 성공해 1945년 광복과 함께 구사일생으로 고향 전남 영암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 씨는 1948년 영암남초등학교를 시작으로 33년 동안 교단에 있었으며 현재 영암에 살고 있다. 야노 히데키(矢野秀喜) 조선인 강제노동 피해자 보상 입법을 위한 일한 공동행동 사무국장은 일본어판 추천사를 통해 “이 씨의 수기는 강제연행이나 강제노동이 없었다든지 차별은 없었고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다는 선전이 거짓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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